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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주 낡은 책 한 권을 떠올려 보세요. 2500년쯤 전에 살았던 공자의 가르침이 담긴 책이에요. 대부분은 "이건 옛날 이야기잖아" 하고 책장에 꽂아 둬요. 그런데 이 오래된 책을 들고 "여기에 오늘 우리가 겪는 문제를 풀 열쇠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하며 평생 들여다본 사람이 있어요. 바로 두웨이밍이에요.
두웨이밍은 1940년 중국에서 태어났어요. 스무 살 무렵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대학에서 40년 넘게 유교를 연구하고 가르쳤어요. 그가 던진 질문은 뜻밖에 단순했어요. "공자의 생각이 박물관 유리장 속 골동품으로만 남아야 할까, 아니면 지금 지구가 앓는 병에도 말을 걸 수 있을까?" 그가 특히 오래 매달린 주제가 바로 유교와 생태, 그러니까 사람과 자연의 관계였어요.

먼저 우리가 자연을 평소에 어떻게 여기는지 그려 볼게요. 많은 사람에게 자연은 커다란 마트 같아요. 나무는 목재 코너, 물고기는 수산 코너, 석유는 연료 코너에 있죠. 필요하면 가서 꺼내 쓰고 값을 치르면 끝이에요. 사람은 손님이고, 자연은 물건이 쌓인 창고인 셈이에요.
두웨이밍은 이런 생각이 약 300년 전 유럽에서 크게 자란 사고방식이라고 봤어요. 사람을 자연에서 똑 떼어 내, 자연을 '내가 마음대로 쓰는 재료'로 보는 태도예요. 이 덕분에 과학과 기술은 놀랍게 발전했어요.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숲이 사라지고 공기가 더러워지는 문제도 함께 자랐어요. 창고에서 꺼내 쓰기만 하고 채워 넣지 않으면, 언젠가 텅 비고 마니까요.

그럼 유교는 자연을 어떻게 볼까요? 두웨이밍이 즐겨 인용한 옛 글이 있어요. 900여 년 전 송나라 학자 장재가 남긴 짧은 글인데, 이렇게 시작해요. "하늘은 나의 아버지, 땅은 나의 어머니, 모든 사람은 나의 형제, 세상 만물은 나의 친구다."
무슨 뜻일까요? 자연을 마트가 아니라 가족으로 보자는 거예요. 가족은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사이가 아니죠. 동생이 아프면 내 마음도 아프고, 부모가 힘들어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보태게 돼요.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인 '인', 곧 남을 아끼는 어진 마음은 사실 이 가족의 테두리를 조금씩 넓혀 가는 일이에요. 나에서 가족으로, 이웃으로, 그리고 끝내는 산과 강과 동물에게까지 그 마음이 번져 가는 거죠.

유교에는 세상을 셋으로 나눠 보는 오래된 그림이 있어요. 하늘과 땅과 사람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사람은 구경꾼도 아니고, 모든 걸 차지하는 주인도 아니에요. 하늘과 땅과 더불어 세상을 가꾸는 '세 번째 식구'예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하늘은 햇빛과 비를 내려 주는 큰 손이고, 땅은 싹을 길러 내는 넓은 품이에요. 사람은 그 사이에서 밭을 돌보는 정원사예요. 정원사는 꽃을 마음대로 다 꺾어 가는 사람이 아니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정원이 더 잘 자라도록 거드는 사람이에요. 두웨이밍은 사람의 진짜 자리가 바로 이 정원사 자리라고 봤어요. 자연을 부리는 왕이 아니라, 자연이 잘 살아나도록 돕는 동료라는 거예요.

두웨이밍이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단순히 옛것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1990년대부터 그는 세계 곳곳의 학자들과 모여, 종교와 철학이 환경 문제에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지 함께 토론했어요. 그가 보기에 기후 위기 같은 문제는 더 좋은 기계만으로는 다 풀리지 않아요. 우리가 자연을 '창고'로 보느냐 '가족'으로 보느냐, 그 마음의 방향이 결국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그가 유교만 옳다고 우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오히려 동양의 오래된 지혜와 서양의 과학을 같은 식탁에 올려, 서로 모자란 곳을 채우자고 했어요. 유교의 어진 마음을 한 나라의 옛 사상으로 가두지 않고, 온 세계가 함께 나눌 윤리로 넓히려 한 거죠.

두웨이밍은 2500년 된 유교를 박물관에서 꺼내, 오늘의 환경 문제 앞에 다시 세운 철학자예요. 핵심은 한 가지예요. 자연은 우리가 꺼내 쓰는 마트가 아니라, 하늘과 땅과 더불어 함께 사는 한 가족이라는 것. 사람은 그 가족 안에서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이고요. 다음에 길에서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만나면, '쓸 수 있는 재료'가 아니라 '오래 알고 지낸 친척' 같은 눈으로 한번 바라봐요. 두웨이밍이 평생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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