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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요리책을 한 권 받았다고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첫 줄부터 "신선한 바닷가재를 준비하세요"라고 적혀 있어요. 문제는 우리 동네에 바닷가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거예요. 백 년쯤 전, 중국의 한 청년이 딱 이런 기분이었어요. 그가 읽은 책은 독일 사람 카를 마르크스가 쓴 혁명 이론서였고, 그 책의 주인공은 '도시의 공장 노동자'였거든요. 그런데 청년의 나라 중국에는 그 주인공이 거의 없었어요. 이 청년의 이름이 마오쩌둥이에요. 1893년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사람이지요.

마르크스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면 이래요. 공장이 많아지면 한곳에 노동자 수천 명이 모여 일해요. 이 사람들이 "우리가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하고 깨달으면서 혁명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핵심은 '공장에 빽빽이 모인 도시 노동자'가 변화를 이끈다는 점이었어요. 자동차가 많아야 교통 체증이 생기듯, 공장이 많아야 노동자도 많아진다는 거지요. 그래서 이 이론은 영국이나 독일처럼 굴뚝이 빼곡한 나라에 어울리는 요리법이었어요.

마오쩌둥이 살던 시절의 중국을 떠올려 볼게요. 큰 공장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열 사람 중 여덟아홉은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던 나라였어요. 마르크스 책대로라면 혁명을 이끌 '공장 노동자'가 거의 없는 셈이었지요. 바닷가재가 없는 동네에서 바닷가재 요리를 하라는 것과 같았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우리한테는 안 맞는 책이네" 하고 덮었을 거예요. 마오쩌둥은 다르게 생각했어요. 재료가 없으면, 우리 동네에 흔한 재료로 요리법을 바꾸면 되잖아요?

그가 한 일이 바로 이거예요. 책 속 주인공 자리에 도시 노동자 대신 '농부'를 앉힌 거예요. 1927년, 그는 후난이라는 지방의 농촌을 직접 돌아보고 글을 한 편 썼어요. "진짜 힘은 가난한 농민에게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도시 사람들이 보기엔 농부는 그저 순박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오쩌둥 눈에는 수억 명의 거대한 물결로 보였던 거예요. 이게 그를 단순한 혁명가가 아니라 사상가로 만든 지점이에요. 남이 만든 이론을 그대로 외운 게 아니라, 자기 나라의 현실에 맞게 다시 짠 거니까요.

주인공이 바뀌니 싸우는 방법도 바뀌었어요. 도시 노동자가 주인공이면 큰 도시에서 한 번에 들고일어나면 돼요. 하지만 농부가 주인공이면 넓은 시골 곳곳에 자리를 잡아야 해요. 마오쩌둥은 산골과 농촌에 근거지를 만들고, 거기서 힘을 키워 도시를 천천히 둘러싸 가는 방식을 택했어요. 마치 작은 눈덩이를 산비탈 여기저기서 굴려 점점 키우는 것과 비슷했지요. 적이 강할 때는 숨고, 약해지면 치고 빠지는 식이었어요. 이렇게 농촌을 발판 삼은 끝에, 1949년에 그는 중국 전체를 손에 넣게 돼요.

마오쩌둥의 생각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 나라의 사상이 다른 땅으로 옮겨 갈 때 어떻게 모습을 바꾸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에요. 씨앗 하나도 사막에 심을 때와 늪에 심을 때 다르게 키워야 하잖아요. 마르크스의 이론이 중국이라는 토양을 만나 농부 중심으로 변형된 거예요. 물론 그가 권력을 잡은 뒤의 정책들은 큰 혼란과 많은 희생을 낳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를 평가할 때는 '사상을 새로 짠 솜씨'와 '그 사상을 휘두른 결과'를 나눠서 보는 눈이 필요해요.

마오쩌둥은 도시 공장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마르크스의 혁명 이론을, 농부가 대부분이던 중국에 맞게 다시 쓴 사상가예요. 없는 재료를 기다리는 대신 흔한 재료로 요리법을 바꾼 셈이지요. 농부를 변화의 중심에 세우고 시골에서 도시로 힘을 넓혀 간 그의 발상은, 남의 생각을 외우는 것과 내 현실에 맞게 고쳐 쓰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줘요. 다만 그 생각이 권력이 된 뒤의 빛과 그림자는 따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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