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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학교를 한번 떠올려 볼게요. 수학 선생님 따로, 과학 선생님 따로, 역사 선생님 따로 계시죠. 한 사람이 모든 과목을 다 잘 가르치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어떤 한 사람이 수학도, 과학도, 역사도, 그것도 각 과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참고서'를 혼자 다 써냈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두 권 끄적인 게 아니라, 분야마다 두고두고 기준이 되는 책으로요. 좀 비현실적으로 들리죠. 그런데 약 1100년 전 인도에 정말 그런 일을 해낸 사람이 있었어요. 이름은 조금 길어요. 바차스파티 미슈라예요. 오늘은 이 낯선 이름을 천천히 풀어 볼게요.

그는 대략 9세기에서 10세기 사이, 지금의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활동한 철학자예요. 정확한 생몰년은 학자마다 의견이 갈려서 '이 무렵'이라고만 해 둘게요. 그 시절 인도 철학은 여러 '학파'로 나뉘어 있었어요. 학파란 세상과 마음을 설명하는 서로 다른 학교 같은 거예요. 어떤 학파는 따지고 증명하는 논리를 중시했고, 어떤 학파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행을 앞세웠고, 또 어떤 학파는 우주의 근본이 무엇이냐를 캐물었죠. 보통 학자는 그중 한 곳에 들어가 평생을 보냈어요. 한 팀의 선수로만 뛰는 것처럼요. 그런데 바차스파티는 한 팀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여기서 '주석'이라는 말을 먼저 풀어야 해요. 인도 철학의 뿌리가 되는 옛 글들은 아주 짧고 꽉 눌러 압축돼 있었어요. 요리로 치면 '소금 약간, 불은 적당히'라고만 적힌 비법 메모 같았죠. 아는 사람에겐 충분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따라 할 수가 없어요. 소금이 한 꼬집인지 한 숟갈인지, 불이 센 불인지 약한 불인지 안 적혀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소금은 한 꼬집, 중간 불로 5분'이라고 풀어 주는 글이 필요했어요. 그게 바로 주석이에요. 원문 옆에 붙여 뜻을 또박또박 설명해 주는 글이죠. 바차스파티가 가장 잘한 일이 이거예요. 어렵게 압축된 원문 옆에 친절한 풀이를 달아, 뒷사람들이 그 사상을 헷갈리지 않고 이해하게 만든 거예요.
더 놀라운 건 그가 한쪽 편만 들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서로 의견이 부딪치는 여러 학파의 책에 두루 주석을 달았거든요. 논리를 따지는 학파, 수행과 명상을 다루는 학파, 우주의 근본 요소를 따지는 학파, 옛 경전의 해석을 다루는 학파까지요. 마치 축구에서 모든 팀의 작전 노트를 다 꿰고 있는 해설자 같았죠. 보통은 내 팀이 아니면 대충 깎아내리기 쉬운데, 그는 자기 생각과 다른 학파라도 그 학파의 입장에서 가장 똑똑하게 설명해 줬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모든 학파를 자유롭게 다루는 사람'이라고 불렀어요. 어느 학파를 공부하든 그의 책을 펼쳐 봐야 했으니까요.

그중에서도 두 분야에 그의 자취가 특히 깊어요. 하나는 '베단타'예요. 우주의 근본과 나의 본질이 결국 같은 하나냐를 묻는 사상이죠. 그는 앞선 큰 학자가 쓴 글에 다시 설명을 붙였는데, 이 풀이 방식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 뒤에 '바마티 학파'라는 이름으로까지 불리게 됐어요. 한 사람의 주석이 학파의 이름이 된 셈이죠. 다른 하나는 '요가'예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몸 동작만이 아니라, 본래는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수행의 이론이에요. 그는 요가의 기본서에 달린 설명에 다시 설명을 더해, 두루뭉술하던 대목을 또렷하게 정리해 줬어요.

'바마티'라는 제목에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그가 글쓰기에 어찌나 몰두했던지, 오랜 세월 아내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대요. 큰 책 한 권을 마침내 끝낸 어느 밤, 곁에서 등불을 들어 비춰 주던 한 늙은 여인을 보고 '누구신가요' 하고 물었더니, 바로 묵묵히 자신을 기다려 온 아내였다는 거예요. 그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책에 아내의 이름 '바마티'를 붙였다고 해요. 이게 사실인지 후대에 덧붙은 전설인지는 분명하지 않아요. 다만 한 가지 일에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드는 사람이었다는 인상만큼은 또렷이 남죠.

바차스파티 미슈라는 한 학파에 갇히지 않고, 여러 학파의 어려운 원문 옆에 친절한 풀이를 달아 준 사람이에요. 덕분에 서로 다른 사상들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뒷사람에게 이어졌고, 특히 베단타와 요가의 논의가 한층 또렷해졌어요. 누군가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쉬운 말로 풀어 주는 일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그가 남긴 책들이 1000년 넘게 조용히 증명해 온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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