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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따뜻한 글귀를 예쁜 사진 위에 얹은 카드,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그런 글귀 아래에 자주 적히는 이름이 하나 있어요. 바로 루미예요. 정확히는 잘랄 앗 딘 루미인데, 보통 그냥 루미라고 불러요. 재미있는 건, 인터넷에 떠도는 그 문장들 중에는 사실 루미가 한 말이 아닌데 잘못 붙은 것도 꽤 많다는 거예요. 그만큼 사람들이 왠지 마음을 울리는 말을 만나면 일단 루미를 떠올린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루미는 대체 누구일까요. 800년 전 사람인데 왜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받을까요. 천천히 풀어 볼게요.

루미는 1207년,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근처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동네에서 알아주던 학자이자 설교자였고요. 루미가 어릴 때 가족은 짐을 싸서 서쪽으로 멀리 떠나요. 당시 몽골 군대가 밀려오고 있었거든요. 걸어서, 또 짐승을 타고 몇 년에 걸쳐 이동한 끝에, 가족은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 있는 콘야라는 도시에 자리를 잡아요. 루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점잖은 학자가 되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경전을 풀이하는, 말하자면 동네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생님이었죠. 거기까지였다면 루미는 그 시절 흔한 학자 한 사람으로 조용히 잊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마흔을 바라보던 어느 날, 루미의 인생이 통째로 뒤집혀요. 샴스라는 떠돌이 수행자를 만난 거예요.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며칠이고 밤낮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요. 마치 평생 찾아 헤매던 친구를 드디어 만난 것처럼요. 점잖던 학자 루미는 이 만남 이후로 시를 쏟아 내기 시작해요. 강의 대신 노래를 부르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죠. 주변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어요. 존경받던 선생님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루미에게는 이게 가장 진지한 공부였어요. 머리로만 알던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 준 사람이 샴스였거든요.

두 사람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몇 해 뒤 샴스가 홀연히 사라지거든요. 루미를 곁에서 빼앗겼다고 여긴 사람들의 질투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루미는 친구를 찾아 먼 길을 헤맸지만 끝내 다시 만나지 못했어요. 그런데 바로 이 슬픔 속에서 루미의 시가 가장 깊어져요. 그리움이 너무 커서 말이 시가 되어 흘러나온 거예요. 루미는 그렇게 쓴 시집에 자기 이름 대신 친구의 이름인 샴스를 붙였어요. 떠나간 친구를 향한 그리움이, 곧 루미가 평생 노래하게 될 사랑의 출발점이 된 셈이에요.

루미가 평생 한 이야기를 한마디로 줄이면 사랑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연애 감정만은 아니에요. 루미가 말한 사랑은, 떨어져 있던 무언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갈대밭에서 잘려 나온 갈대로 피리를 만들면, 그 피리는 구슬픈 소리를 내요. 루미는 그 소리를 두고, 갈대가 원래 살던 갈대밭을 그리워하며 우는 울음이라고 봤어요. 사람도 똑같다는 거예요.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오랜만에 지나갈 때 괜히 마음이 찡해지는 그 느낌, 한 번쯤 있으시죠. 루미는 사람 마음 깊은 곳에 그런 그리움이 늘 깔려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그 마음이 진짜로 향하는 고향이 바로 신이라는 거죠. 어렵게 들리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이야기예요. 루미는 이 그리움을 따라가는 길이 곧 사랑이라고 노래했어요.

루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어요. 흰옷을 입고 한쪽으로 끝없이 도는 춤이에요. 사진으로 한 번쯤 보셨을지도 몰라요. 치마처럼 넓은 옷자락이 팽이처럼 활짝 펼쳐지는 그 장면이요. 이건 루미를 따르던 사람들이 만든 수행 방식이에요. 한 손은 하늘을 향해 펴고 다른 한 손은 땅을 향해 내린 채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에서 받은 것을 땅에 전한다는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 거예요. 가만히 앉아 기도하는 대신, 온몸을 돌려 그 그리움을 드러낸 셈이죠. 어린아이들이 신나면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처럼, 너무 벅찬 마음은 가만히 있질 못하잖아요.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던 루미의 생각이 이 춤 하나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루미는 1273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가 남긴 가장 큰 시집은 2만 5천 줄이 넘는 아주 긴 작품인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페르시아 말로 쓴 또 하나의 경전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더 놀라운 건, 8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루미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는 점이에요. 종교가 다르고 사는 나라가 달라도 그의 시가 통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해요.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리움 하나쯤은 품고 살거든요. 루미는 그 마음을 어려운 이론 대신 갈대 피리와 사랑이라는 쉬운 그림으로 보여 줬어요. 그래서 시대와 국경을 넘어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는 거예요.

루미는 800년 전 전쟁을 피해 떠난 가족의 아들로 태어나, 점잖은 학자로 살다가 샴스라는 친구를 만나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 사람이에요. 친구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고, 그가 말한 사랑은 떨어진 것이 다시 하나로 돌아가려는 그 그리움이었어요. 그리움의 끝에 신이 있다고 본 거죠. 갈대 피리의 울음과 빙글빙글 도는 춤은 모두 그 마음을 쉽게 보여 주려는 그림이었고요. 오늘 어디선가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글귀 하나를 만난다면, 그 뒤에 이 사람이 서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볍게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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