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호랑이라 불린 성철 스님, 만나려면 큰절 3천 번부터
절을 3천 번 해야 만나 주던 스님
옛날 어느 절에, 한 스님을 만나려면 먼저 법당에서 큰절을 3천 번 올려야 했어요. 3천 번이면 쉬지 않고 엎드렸다 일어나기를 대여섯 시간은 해야 하는 숫자예요.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비 오듯 흐르죠. 장관이든 회장이든, 이름난 사람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었어요.
이 스님이 바로 성철이에요. 1912년에 태어나 1993년에 세상을 떠난,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 승려죠. 그런데 왜 굳이 절을 3천 번이나 시켰을까요. 잘난 척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나를 보러 오지 말고, 너 자신부터 들여다보라"는 뜻이었어요. 절을 수천 번 하다 보면 잡생각이 떨어져 나가고, 결국 자기 마음만 덩그러니 남거든요.
가야산 호랑이라는 별명은 어디서 왔을까요
성철 스님은 경상남도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라는 큰 절에서 오래 지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야산 호랑이'라고 불렀죠.
호랑이라니, 조금 무섭죠. 실제로도 그랬어요. 수행을 게을리하는 제자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듣기 좋은 말로 적당히 넘어가 주는 일이 없었어요. 깨달음 앞에서는 스승이든 제자든 봐주지 않는다는 뜻에서, 산속 호랑이처럼 무섭고 곧은 스님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예요. 무서워서 붙은 별명인데, 묘하게도 그 무서움을 사람들이 존경했어요.
8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만 있었어요
성철 스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요. 8년 동안 단 한 번도 눕지 않고, 앉은 자세로만 지냈다는 거예요. 잠도 앉아서 잤어요. 이걸 '장좌불와'라고 해요. 길게 앉아 있고 눕지 않는다는 뜻이죠.
우리는 의자에 똑바로 앉아 반나절만 버텨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잖아요. 그걸 8년을 했다니 잘 그려지지도 않아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몸이 편해지면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이 풀어지면 수행이 흐트러진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깨달음을 입으로만 말하지 않고, 자기 몸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이었어요.
깨달음은 한 번에 끝난다, 돈오돈수
성철 스님이 평생 가장 힘주어 말한 게 있어요. 어려운 말로 '돈오돈수'예요. 글자만 보면 막막하니, 아침에 잠에서 깨는 일에 빗대 볼게요.
알람이 울려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죠. "눈은 떴는데 아직 비몽사몽이야. 세수하고 커피 마시면서 천천히 정신 차려야지." 깨달음도 이와 같아서, 한 번 눈을 뜬 뒤에도 오래오래 갈고닦아야 한다고 보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걸 '돈오점수'라고 해요. 800년쯤 전 지눌이라는 큰 스님이 다듬어 놓은 길이에요.
성철 스님은 여기에 정면으로 반대했어요. "진짜로 깨어났다면 비몽사몽일 리가 없다." 정말 잠에서 깬 사람은 그 순간 이미 또렷하잖아요. 아직 멍하다면 덜 깬 거고요. 그러니 깨달음은 단번에 완전히 끝나야 하고, 그래야 진짜 깨달음이라는 거예요. 단번에 깨치고 단번에 닦음을 마친다, 이게 돈오돈수예요. 800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 온 길에 정면으로 물음표를 던진 셈이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1981년, 성철 스님은 한국 불교 조계종에서 가장 높은 어른인 종정 자리에 올랐어요. 그때 세상에 처음 건넨 말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였어요.
너무 당연한 말 같죠.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인 건 누구나 아니까요. 그런데 이 말이 두고두고 회자된 건, 한 바퀴 빙 돌아 제자리로 온 말이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산을 그냥 산으로 봐요. 수행을 깊이 파고들다 보면 '산이 정말 산이 맞나' 하고 모든 게 흔들리는 때가 와요. 그 끝까지 갔다가 다시 보면, 산은 역시 그냥 산이에요. 다만 이제는 복잡하게 꼬였던 마음이 풀려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거죠.
왜 이 스님이 오래 기억될까요
성철 스님은 한국 선불교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또렷하게 못 박은 사람이에요.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고, 깨달음은 어설프게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평생 몸으로 보여 줬어요. 8년을 눕지 않고, 찾아온 사람에게는 절 3천 번을 시키면서요.
그래서 그가 떠난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의 말과 삶을 곱씹어요. 무섭도록 엄했지만, 그 엄함이 결국 "너 자신을 똑바로 보라"는 한마디로 모인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정리
성철 스님은 가야산 해인사에서 지내며 호랑이라 불릴 만큼 엄하게 수행한 현대의 승려예요. 8년을 눕지 않는 독한 수행으로 자기를 다그쳤고, 깨달음은 단번에 완전히 끝난다는 '돈오돈수'를 한국 선불교의 한가운데 세웠어요. 찾아온 사람에게 절 3천 번부터 시킨 것도, "나 말고 너 자신을 보라"는 같은 마음이었죠. 어려운 교리보다, 자기를 똑바로 보라던 그 한마디가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