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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성호 이익은 조선 후기에 백성의 삶을 직접 살피며 토지 제도와 신분제를 고치자고 외친 실학자예요.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진짜 살림에 보탬이 되는 학문, 곧 실학의 틀을 세운 사람이에요.
조선 후기, 한 선비가 벼슬길을 스스로 접어요.
형 이잠이 정치 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자, 이익은 출세를 단념하고 경기도 안산으로 내려가 직접 밭을 갈며 살아요.
1681년부터 1763년까지, 여든 해가 넘는 긴 삶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냈어요.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한 가난한 선비였지만, 바로 그 가난 덕분에 그는 백성과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벼슬을 버린 이 시골 선비의 생각이 훗날 나라를 바꾸자는 가장 큰 목소리가 돼요.
농사를 직접 지어 봤기 때문에, 그는 백성이 왜 굶는지를 머리가 아니라 손과 발로 알고 있었거든요.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과 직접 흙을 만진 사람의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 글에서는 그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고치자고 했는지 함께 따라가 볼게요.
이익을 이해하려면 먼저 '실학'이라는 말을 풀어야 해요.
한자로 보면 '실'은 열매, '학'은 배움이에요.
열매를 맺는 배움, 그러니까 실제로 쓸모가 있는 공부라는 뜻이에요.
밥상을 떠올려 보세요.
아무리 예쁘게 깎은 나무 사과가 그릇에 담겨 있어도 배고픔은 가시지 않아요.
먹을 수 있는 진짜 사과가 있어야 배가 부르죠.
이익이 보기에 당시 학자들의 공부가 꼭 나무 사과 같았어요.
어려운 글자를 외우고 시를 잘 짓는 데만 매달릴 뿐, 굶는 백성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됐거든요.
그래서 그는 진짜 사과 같은 공부를 하자고 해요.
농사짓는 법, 땅을 나누는 법, 세금을 거두는 법처럼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지식이요.
이런 생각을 백과사전처럼 차곡차곡 모아 둔 책이 바로 《성호사설》이에요.
천문이나 역사부터 곤충과 살림살이까지, 궁금한 것이면 무엇이든 적어 두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조선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창문이 되어 줘요.
큰 이론을 멋지게 늘어놓기보다, 작은 것 하나하나를 직접 보고 따져 본 흔적이 가득해요.
이익이 가장 깊이 고민한 문제는 '땅'이었어요.
그 시절 농사가 곧 먹고사는 길이었는데, 땅 없는 농민이 너무 많았거든요.
보드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사람이 게임 판의 땅을 거의 다 사 버리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에 멈춰도 비싼 사용료만 내다가 빈털터리가 돼요.
조선의 현실이 딱 그랬어요.
힘 있는 양반들이 땅을 끝없이 사 모으는 동안, 농민은 부쳐 먹을 땅 한 뙈기 없이 떠돌았어요.
이익이 내놓은 답이 '한전론'이에요.
한자로 '한'은 한계, '전'은 밭이니, 밭에 한계선을 긋자는 말이에요.
한 집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땅을 정해 두고, 그만큼은 아무리 급해도 사고팔지 못하게 막자는 거예요.
그러면 욕심 많은 사람도 가난한 농민에게서 마지막 땅까지 빼앗지는 못하니까요.
게임 판으로 치면 '이 칸들은 아무도 살 수 없는 안전지대'를 만들어 두는 셈이에요.
단번에 모든 땅을 똑같이 나누는 무리한 방법 대신, 시간이 흐를수록 땅이 골고루 퍼지게 하는 차분한 길을 고른 거죠.
가진 사람의 것을 억지로 빼앗기보다, 더 이상 모두의 밥줄이 한 사람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울타리를 친 셈이에요.
이익은 나라를 갉아먹는 것들을 좀벌레에 빗대었어요.
옷장 속 좀벌레가 눈에 안 띄게 천천히 옷을 망치듯, 사회를 조용히 무너뜨리는 것들이 있다고 본 거예요.
그가 꼽은 대표적인 문제를 표로 정리하면 이래요.
| 문제로 본 것 | 왜 문제라고 했을까 |
|---|---|
| 노비 제도 |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파니, 일할 사람이 제 힘을 내지 못함 |
| 과거 시험에만 매달림 | 글재주만 겨루느라 실제로 일할 인재를 못 키움 |
| 문벌, 곧 집안 따지기 | 능력이 아니라 태어난 집안으로 자리를 정함 |
| 사치와 게으름 | 일하지 않고 쓰기만 하니 나라 살림이 자꾸 마름 |
특히 그는 노비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신분 때문에 평생 갇혀 사는 제도를 날카롭게 비판했어요.
사람을 신분으로 묶어 두면 그 사람의 힘도 나라의 힘도 함께 잠긴다고 본 거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나라 전체가 튼튼해진다는 생각이었죠.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까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본 그의 눈은, 그 시대로서는 무척 앞선 것이었어요.
이익의 생각은 그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의 책을 읽고 자란 다음 세대 학자들이 실학을 더 크게 키웠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목민심서》를 쓴 정약용이에요.
이익이 뿌린 씨앗이 다음 세대에서 더 큰 나무로 자란 셈이죠.
정약용은 이익의 책을 스승처럼 읽으며 백성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더 깊이 파고들었어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의 질문은 살아 있어요.
내가 배우는 것이 진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보기에만 그럴듯한 나무 사과인가.
이익은 삼백 년 전에 이미 그 물음을 던졌어요.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옛날 옛적 박물관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물음으로 남아 있어요.
성호 이익은 벼슬 대신 밭을 택해, 백성의 삶에서 학문의 길을 찾은 사람이에요.
그가 세운 실학은 쓸모 있는 공부였고, 한전론은 땅을 골고루 나누자는 외침이었으며, 좀벌레 이야기는 신분과 사치가 나라를 갉아먹는다는 경고였어요.
화려한 이론보다 굶는 사람의 밥 한 그릇을 먼저 생각한 학자, 그렇게 기억하면 이익이 한결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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