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서 버틴 성철 스님은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오늘 밤부터 눕지 말고 자 보라고 하면
오늘 밤에 침대에 눕지 말고 의자에 똑바로 앉은 채로 자 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하룻밤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 목은 자꾸 꺾이고, 허리는 아프고, 눕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꽉 채우겠죠. 그런데 이걸 하루도 이틀도 아니고 무려 8년 동안 했다고 전해지는 스님이 있어요. 바로 성철 스님이에요. 밥 먹고 볼일 보는 때를 빼면 늘 다리를 포개고 앉아서, 졸려도 눕지 않고 앉은 채로 잠깐씩 졸았다고 해요. 등을 바닥에 대지 않은 8년이라니, 듣기만 해도 다리가 저릿하죠.
장좌불와는 길게 앉아 눕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이 수행에는 이름이 붙어 있어요. '장좌불와'예요. 한자를 하나씩 풀면 길 장, 앉을 좌, 아닐 불, 누울 와, 그러니까 '길게 앉아 있고 눕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말은 어려워 보여도 뜻은 단순해요. 수업 시간에 졸리면 책상에 엎드리고 싶죠. 그 마음을 8년 동안 한 번도 안 들어준 거예요. 왜 굳이 이렇게 했을까요. 몸을 괴롭히는 게 목적은 아니었어요.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정신도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에요. 누우면 마음이 풀리고 잠에 끌려가니까, 아예 누울 자리를 없애 버린 셈이죠.
성철 스님은 누구인가요
성철 스님은 1912년부터 1993년까지 살았던 우리나라 승려예요.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났고,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갔어요. 똑똑하고 책을 좋아하던 청년이 어느 날 삶과 죽음이 궁금해져서, 편한 길 대신 가장 어려운 길을 고른 거예요. 그리고 1981년에는 조계종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교 종단의 가장 높은 어른인 종정 자리에 올랐어요. 학교로 치면 전교생을 통틀어 제일 큰 어른이 된 셈이죠. 그런 분이 젊은 시절에 했던 가장 유명한 수행이 바로 장좌불와였어요.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였을까요
성철 스님이 풀고 싶었던 건 딱 하나였어요. '나는 누구인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붙들고 끝까지 가 보려면 잠깐의 졸음이나 편안함에도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과 비슷해요. 다만 성철 스님이 단련한 건 근육이 아니라 마음이었죠. 눕고 싶고, 자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그걸 가만히 지켜보면서 끌려가지 않는 연습을 8년이나 한 거예요. 이쯤 되면 수행이 그저 '참기'가 아니라,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이라는 게 보이기 시작해요.
단번에 깨친다는 돈오돈수
성철 스님 하면 빠지지 않는 말이 '돈오돈수'예요. 이것도 풀어 보면 어렵지 않아요. '돈오'는 단번에 깨친다는 뜻이고, '돈수'는 그 깨달음을 단번에 완성한다는 뜻이에요. 당시 많은 사람은 '먼저 살짝 깨닫고, 그다음에 오래오래 갈고닦으면 된다'고 여겼어요. 시험으로 치면 답을 알아챈 뒤에도 계속 복습해야 한다는 쪽이죠. 그런데 성철 스님은 달랐어요. 진짜 깨달음이라면 그 순간 모든 게 끝나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흐릿하게 알았다 만 건 깨달음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 주장이 워낙 또렷하고 단호해서, 한국 선불교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종정이 되던 1981년, 성철 스님은 짧은 한마디를 남겼어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처음엔 싱겁게 들려요. 산이 산이지 그럼 뭐겠어요. 그런데 여기엔 깊은 뜻이 있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볼 때 '저건 좋아, 저건 싫어' 하고 자꾸 색을 입혀요. 그 색을 다 걷어 내고 있는 그대로 보면, 산은 그냥 산이고 물은 그냥 물이라는 거예요. 또 성철 스님을 만나려는 사람에게는 절 마당에서 3000번 절을 하게 했어요. 유명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낮추러 오라는 뜻이었죠.
정리
성철 스님은 8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서 마음을 단련한 현대 한국의 승려예요. 장좌불와는 그 고된 수행의 이름이고, 돈오돈수는 '깨달음은 단번에 완성된다'는 그의 또렷한 주장이었어요. 눕지 않은 8년도, 단번에 깨친다는 말도, 결국 한 가지를 향해요. 편한 길로 살짝 비켜 가지 말고 끝까지 정직하게 가 보라는 거죠. 다음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뒤에 8년 동안 한 번도 눕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떠올려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