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다이세쓰, 승려가 되지 않은 선의 대가
스즈키 다이세쓰는 승려 대신 번역가의 길을 택했다
세계가 선(Zen)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단 한 명의 승려도 아닌 사람 덕분이었어요.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 1870-1966)는 가마쿠라의 엔가쿠지 절에서 수행했어요.
엔가쿠지는 일본 임제종의 대표 사찰인데, 임제종은 선불교의 한 갈래로 화두 수행으로 유명해요.
오늘날로 치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선원 같은 곳이에요.
그는 스승 샤쿠 소엔 아래서 수년간 수행해 견성 체험까지 해냈어요.
견성(見性)이란 글자 그대로 '본성을 본다'는 뜻으로, 선불교에서 수행자가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좌선 끝에 자신의 참된 본성을 꿰뚫어 보는 결정적 순간이에요.
쉽게 말하면 "아, 이게 전부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인데, 선원에서 이걸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스승은 그에게 승복 대신 '다이세쓰(大拙)'라는 호를 내렸어요.
'큰 어리석음'이라는 뜻인데, 선에서는 모든 걸 안다는 교만을 내려놓은 상태를 오히려 가장 높게 쳐요.
그리고 다이세쓰는 그 이름을 받은 채 끝내 출가하지 않았어요.
제자를 거느린 적도, 사찰 주지가 된 적도 없어요.
평생 거사(居士), 즉 절 밖에서 수행하는 재가 불교인으로 남았어요.
승복도, 공식 사제 관계도, 주지직도 없는 사람이 훗날 '선의 세계적 대표자'가 된 거예요.
비유하자면, 신학교를 다니며 교수에게 인정받고 깊은 체험까지 했지만 목사 가운을 입지 않고 평생 경전 번역만 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바로 그 선택이,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