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이커는 어떻게 세상에 없던 단백질을 새로 지어 노벨상을 받았을까

손에서 놓으면 저절로 모양을 잡는 목걸이
구슬을 실에 길게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이 목걸이가 좀 이상해요. 손에서 놓는 순간, 스스로 접히고 뭉쳐서 늘 똑같은 입체 모양으로 딱 자리를 잡아요. 던질 때마다 다른 모양이 나오는 게 아니라, 언제나 정해진 한 가지 모양으로요.
신기하게도 우리 몸속에서는 이런 일이 매 순간 벌어지고 있어요. 그 목걸이의 이름이 바로 '단백질'이에요. 그리고 이 접히는 목걸이를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자연에는 한 번도 없던 새 목걸이를 처음부터 지어낸 사람이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데이비드 베이커예요. 그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요.

단백질은 스무 종류 구슬로 꿴 목걸이예요
단백질이라고 하면 닭가슴살이나 헬스장부터 떠오르지만, 사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작은 기계 부품이에요.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도, 산소를 나르는 것도,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도 전부 단백질이 하는 일이거든요.
이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구슬을 길게 이어서 만들어요. 구슬의 종류는 딱 스무 가지예요. 알파벳이 스물여섯 자뿐이어도 온 세상 책을 다 써내듯, 이 스무 종류 구슬을 어떤 순서로 몇 개나 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져요.
그런데 중요한 건 순서만이 아니에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구슬을 다 꿰고 나면 이 끈이 저절로 접히면서 입체 모양을 만들어요. 그리고 단백질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바로 이 '접힌 모양'이 결정해요. 열쇠가 열쇠 구멍에 맞듯, 모양이 맞아야 제 역할을 하니까요.

접힌 모양을 알아맞히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자, 그럼 문제가 생겨요. 구슬 순서는 우리가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끈이 접혀서 어떤 입체 모양이 될지는, 순서만 봐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구슬이 백 개만 넘어가도 접힐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아지거든요. 종이 한 장을 접는 방법도 수없이 많은데, 수백 개짜리 끈이 접히는 길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많아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는가'라는 이 수수께끼 앞에서 끙끙 앓았어요. 모양을 알려면 실험실에서 몇 달, 몇 년씩 공들여 들여다봐야 했고요.
베이커는 이 문제를 컴퓨터로 풀어 보기로 했어요. 구슬의 순서를 넣으면 어떻게 접힐지 계산해 주는 '로제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도 접힌 모양을 미리 알아맞히게 해 주는 도구였어요.

읽기에서 짓기로 질문을 뒤집다
여기서 베이커가 한 발 더 나갔어요. 보통은 '이 구슬 순서는 어떤 모양이 될까'를 물어요. 그런데 베이커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었어요. '내가 원하는 모양을 먼저 정하고, 그 모양이 나오게 하는 구슬 순서를 거꾸로 찾을 순 없을까?'
요리에 비유하면 이래요. 보통은 재료를 보고 무슨 요리가 될지 맞히죠. 베이커는 반대로, 먹고 싶은 요리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딱 맞는 재료 목록을 컴퓨터로 역산한 거예요.
그리고 2003년, 정말로 해냈어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컴퓨터로 설계하고, 실험실에서 진짜로 만들어 냈어요. 더 놀라운 건, 그 단백질이 컴퓨터가 예측한 모양 그대로 정확히 접혔다는 거예요. 사람이 처음으로 자연을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에 없던 새 부품을 직접 지어낸 순간이었어요.

새 단백질을 지을 수 있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새 단백질을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건, 우리 몸에 필요한 맞춤 부품을 주문 제작하는 것과 비슷해요.
예를 들어 특정 바이러스에만 달라붙어 막아 주는 단백질을 설계하면 새로운 백신이나 약이 될 수 있어요. 환경을 더럽히는 물질만 골라 분해하는 단백질, 약을 몸속 정확한 자리까지 실어 나르는 아주 작은 운반 상자 같은 것도 만들 수 있고요. 자연이 수십억 년에 걸쳐 만들어 온 부품 창고에, 사람이 직접 설계한 새 부품을 더하기 시작한 거예요.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이 일을 나눠서 기렸어요. 베이커는 새 단백질을 설계해 낸 공로로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단백질이 어떻게 접힐지 인공지능으로 정확히 예측해 낸 두 연구자가 받았어요. 모양을 잘 읽어 내는 쪽과, 원하는 모양을 새로 지어내는 쪽이 함께 상을 받은 셈이에요.

정리
단백질은 스무 종류의 구슬을 꿴 목걸이인데, 손에서 놓으면 저절로 정해진 입체 모양으로 접혀요. 그 모양이 단백질이 하는 일을 결정하고요. 오랫동안 사람들은 이 모양을 알아맞히기도 벅찼지만, 데이비드 베이커는 한 발 더 나가 '원하는 모양을 먼저 정하고 거기 맞는 구슬 순서를 거꾸로 찾는' 일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자연에 없던 새 단백질을 컴퓨터로 설계해 진짜로 만들어 냈고, 그 길이 새 약과 백신, 새 재료로 이어지고 있어요.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자연을 흉내 내던 과학이 이제 자연에 없던 것을 직접 짓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걸 알린 사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