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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어느 날부터 식당에서, 카톡 단톡방에서, 심지어 가족 모임에서까지 같은 말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삼성전자 샀어?", "SK하이닉스 더 오른대". 평소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도 휴대폰을 켜 빨간 숫자와 파란 숫자를 들여다봐요. 마치 온 동네가 한꺼번에 같은 가게 앞에 줄을 선 것 같은 풍경이에요. 이렇게 너도나도 한 곳으로 몰리는 시기를 우리는 '열풍'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줄 끝에서 사람들이 정말 사고 있는 게 무엇인지, 한번 천천히 들여다볼게요.

반도체는 사실 모래에서 와요. 바닷가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콘을 아주 깨끗하게 골라내, 손톱만 한 칩 위에 전기가 흐르는 길을 수십억 개씩 새긴 부품이에요. 이 길들은 전기를 '켰다 껐다' 하는 아주 작은 스위치 역할을 해요. 스위치 켜짐과 꺼짐, 그 둘만으로 컴퓨터는 계산을 하고 우리는 영상을 봐요. 요즘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려면 이 계산을 엄청나게 많이 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손꼽히게 잘 만들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 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겠다"는 기대가 주식으로 몰린 거예요.

기대가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넣는 일은 처음이 아니에요. 1636년부터 1637년까지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한 송이의 뿌리가 집 한 채 값까지 치솟았어요. 꽃이 갑자기 그렇게 귀해진 게 아니라, "내일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값이 올랐죠. 약 80년 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한 회사 주식에 온 나라가 달려들어 값이 몇 배로 뛰었다가, 그 회사가 약속한 만큼 벌지 못한다는 게 드러나자 순식간에 무너졌어요. 미시시피 버블이라고 불러요.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분명해요. 사람들은 꽃이나 회사 자체보다, '오를 거라는 기대'를 사고팔았다는 거예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걸 재미있는 비유로 설명했어요. 신문에 실린 여러 얼굴 중 가장 예쁜 사람을 고르는 대회가 있는데, 상은 '가장 많은 사람이 뽑은 얼굴'을 고른 사람에게 줘요. 그러면 똑똑한 참가자는 자기 눈에 예쁜 얼굴이 아니라, '남들이 예쁘다고 할 얼굴'을 골라요. 주식도 비슷해요. 내가 이 회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남들이 사겠지' 싶어서 사는 거죠. 열풍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회사의 실력보다 옆 사람의 움직임을 더 많이 봐요. 모두가 옆 사람만 보면, 값은 실체보다 빨리 부풀 수 있어요.

여기서 묘한 점이 보여요. 반도체는 말 그대로 모래에서 시작하지만, 그 위에 쌓이는 기대는 모래성처럼 흔들리기도 해요. 회사가 실제로 칩을 팔아 버는 돈은 천천히 늘어나는데, 주가는 기대만으로 훨씬 빨리 뛸 수 있거든요. 이 둘 사이의 거리가 바로 '기대와 실체의 간극'이에요. 간극이 벌어질수록, 작은 실망 하나에도 값이 크게 출렁여요. 그렇다고 반도체 회사가 가짜라는 뜻은 아니에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진짜로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벌어요. 다만 우리가 사는 가격에 '실체'가 얼마, '남들의 기대'가 얼마 섞여 있는지는 늘 헷갈린다는 거예요.

반도체 주식 열풍 앞에서 한 번쯤 물어볼 만해요. 나는 지금 회사의 실력을 사는 걸까, 아니면 '남들도 살 거라는 기대'를 사는 걸까. 튤립도, 미시시피도, 케인스의 미인대회도 같은 자리를 가리켜요. 값은 물건의 가치만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몰리는 만큼 움직인다는 거죠. 모래에서 온 칩 위에 진짜 부가 쌓이는 건 분명하지만, 그 부가 기대로 부풀었는지 실체로 채워졌는지는 스스로 가늠해 봐야 해요. 열풍의 줄에 설 때, 내가 무엇을 손에 쥐려는지만 알아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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