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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용운의 '님의 철학'에서 님은 사랑하는 연인만 가리키는 말이 아니에요. 내가 간절히 그리워하고 되찾고 싶은 모든 것, 그러니까 빼앗긴 나라와 부처와 진리까지 다 님이었어요.
먼저 한용운이 누구인지 짧게 소개할게요.
그는 1879년에 태어나 1944년에 세상을 떠난 스님이자 시인이고, 또 나라를 되찾으려 애쓴 독립운동가였어요.
호는 만해예요.
한 사람이 이렇게 여러 일을 했다는 게 신기하지요.
그가 1926년에 펴낸 시집 '님의 침묵' 머리말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어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여기서 '기룬'은 '그리워하는'이라는 옛말이에요.
풀어 읽으면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이든 님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비유로 생각해 볼게요.
멀리 이사 간 단짝 친구가 자꾸 떠오르고 다시 만나고 싶다면, 그 친구가 바로 여러분의 님이에요.
한용운에게 님은 한 사람만이 아니었어요.
어떤 날은 빼앗긴 나라였고, 어떤 날은 부처였고, 어떤 날은 옳고 바른 진리였답니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향하는 곳이라면 모두 님이었던 거예요.
| 님이 가리킨 것 | 담긴 마음 |
|---|---|
| 사랑하는 사람 | 곁에 두고 싶은 그리움 |
| 빼앗긴 나라 | 되찾고 싶은 간절함 |
| 부처와 깨달음 | 닿고 싶은 진리 |
| 자유와 정의 | 지키고 싶은 바람 |

'님의 침묵'에는 아주 유명한 구절이 나와요.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처음 들으면 좀 이상하지요.
이미 떠난 사람을 어떻게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용운이 이 시를 쓴 1920년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때였어요.
그에게 님은 빼앗긴 나라이기도 했어요.
몸으로는 멀어졌지만 마음으로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렇게 표현한 거예요.
좋아하는 물건을 억지로 빼앗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손에서는 사라졌지만 머릿속에서는 그걸 떠올리며 꼭 되찾겠다고 다짐하잖아요.
바로 그 마음이 보내지 않는다는 말의 뜻이에요.
한용운은 슬픔을 슬픔으로만 두지 않고, 다시 만날 희망으로 바꿔 놓았어요.
그래서 시의 제목이 '님의 죽음'이 아니라 '님의 침묵'이에요.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말이 없을 뿐이라는 거지요.
한용운은 시만 쓴 사람이 아니에요.
1913년에는 '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책을 펴냈어요. '유신'은 낡은 것을 새롭게 고친다는 뜻이에요.
당시 불교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사람들과 멀어져 있었어요.
한용운은 절을 깊은 산속에만 두지 말고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했어요.
어려운 의식보다 교육과 배움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미신처럼 변해 버린 부분은 과감히 버리자고 했지요.
오래된 장난감을 통째로 버리는 게 아니라, 고장 난 부분만 고쳐서 다시 잘 가지고 노는 모습과 비슷해요.
불교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고쳐 살려 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이 개혁은 민족 독립과도 이어졌어요.
1919년 삼일운동 때 한용운은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서른세 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어요.
불교를 바꾸는 일과 나라를 되찾는 일이 그에게는 따로가 아니라 하나였던 셈이에요.

한용운의 님은 백 년 전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아요.
우리도 저마다 그리워하고 되찾고 싶은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멀어진 사람일 수도, 이루고 싶은 꿈일 수도, 지키고 싶은 약속일 수도 있어요.
한용운이 알려 준 건 이거예요.
소중한 것이 잠시 사라져도 마음속에서 놓지 않으면, 그건 아직 떠난 게 아니라는 것.
침묵하는 동안에도 님은 우리 안에 살아 있어요.
그래서 그의 철학은 슬픔을 견디는 사람에게 작은 힘이 되어 주지요.
한용운에게 님은 연인이자 나라이자 부처이자 진리였고, 한마디로 간절히 그리워하는 모든 것이었어요.
그는 시 '님의 침묵'으로 빼앗긴 것을 마음으로 지키는 법을 보여 주었고, '조선불교유신론'과 삼일운동으로 불교 개혁과 나라의 독립을 함께 외쳤어요.
무언가를 잃었을 때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다시 만날 희망으로 바꾸는 마음, 그것이 한용운이 남긴 님의 철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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