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우주에서 제일가는 책이라 부른 이토 진사이
책 한 권을 우주에서 제일이라 부른 사람
세상에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큰 도서관 하나만 가도 수십만 권이 빼곡히 꽂혀 있어요. 그런데 그 많은 책 가운데 딱 한 권을 골라 "이건 우주에서 제일가는 책이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어요. 일본 에도 시대의 학자 이토 진사이예요. 1627년부터 1705년까지, 일흔여덟 해를 산 사람이에요.
더 재미있는 건, 그가 우주제일로 꼽은 책이 번쩍이는 신간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그보다 2천 년도 더 전에 중국에서 나온 낡은 책,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받아 적은 『논어』였어요. 좀 과한 말 같죠. 아무리 좋아도 우주에서 제일이라니. 그런데 진사이가 왜 그렇게까지 말했는지 알고 나면, 이게 빈말이 아니라는 게 보여요.
장사꾼 집 아들이 교토에 차린 작은 학교
진사이는 대단한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교토에서 목재를 팔던 장사꾼 집 아들이었어요. 집에서는 가업을 잇길 바랐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책에 파묻혀 살았어요. 몸이 약해 한동안 바깥일을 접고 들어앉아 옛 책만 읽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러다 자기 집 한쪽에 작은 학교를 열었어요. 이름은 고의당이라고 지었어요. 거창한 관학이 아니라, 동네 사람도 드나들 수 있는 사설 공부방이었죠. 그런데 이 작은 방에 사람이 모여들었어요. 평생에 걸쳐 수천 명의 제자가 이곳을 거쳐 갔다고 전해져요. 벼슬을 얻으려는 공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공부였기 때문이에요.
공자의 말이 어쩌다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진사이가 살던 때, 학자들이 떠받들던 유학은 따로 있었어요. 송나라 학자 주희가 다듬은 버전이었죠. 비유하자면 이래요. 할머니가 물려준 소박한 집 요리법이 있었는데, 후대 요리사들이 "이 재료엔 우주의 이치가 담겨 있고, 불의 세기는 하늘의 원리와 통하고" 하면서 설명을 잔뜩 붙여 놓은 거예요. 설명이 너무 두꺼워지니, 정작 맛있던 원래 음식 맛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됐어요.
주희의 유학이 진사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어요. 사람이 어떻게 살지를 말하던 공자의 가르침에, 하늘의 이치니 본성의 원리니 하는 어려운 말이 겹겹이 덧칠돼 멀고 차갑게 느껴졌거든요. 그는 이게 공자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옛말은 옛 뜻으로 읽자
그래서 진사이가 택한 방법은 단순했어요. 후대의 두꺼운 해설을 걷어 내고, 공자가 살던 시절에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로 돌아가자는 거였어요. 이걸 옛 뜻을 따지는 공부, 고의학이라고 불러요.
예를 들어 볼게요. 할머니가 쓴 오래된 편지에 "방정맞다"는 말이 있다고 해 봐요. 요즘 느낌으로 읽으면 가볍고 까분다는 뜻 같지만, 옛날엔 단정하고 반듯하다는 칭찬이었어요. 오늘의 뜻을 옛 글자에 그대로 갖다 붙이면 편지를 거꾸로 읽게 되는 거죠. 진사이는 『논어』와 『맹자』 속에서 같은 말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서로 견주어 가며, 글자의 본래 뜻을 한 겹씩 찾아 나갔어요. 멋진 해석을 새로 지어내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뜻을 되찾는 일이었어요.
어려운 진리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랑
그렇게 거품을 걷어 내자 공자의 핵심이 드러났어요. 진사이가 보기에 그건 어려운 우주의 원리가 아니라 두 글자, 인과 의였어요. 그중에서도 인은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사랑이라고 그는 말했어요.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 친구끼리 서로 챙기는 마음, 그 따뜻함이 바로 인이에요. 멀리 하늘 끝에 있는 원리가 아니라, 지금 내 옆 사람과의 사이에서 매일 오가는 마음이라는 거죠. 의는 그 마음을 옳게 쓰는 일이고요. 그러니 유학은 책상 위 이론이 아니라, 오늘 당장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낼지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우주에서 제일가는 책
이제 진사이가 왜 『논어』를 우주제일이라 했는지 보여요. 그가 생각하기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은 하나예요. 우리는 서로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답이 가장 꾸밈없는 말로 담긴 책이 바로 『논어』였어요.
별의 움직임을 아무리 잘 설명하는 책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이만큼 곧게 말해 주진 못한다고 본 거예요. 그러니 그에게 우주제일은 과장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진실을 가장 높이 올려 둔 솔직한 평가였어요.
정리
이토 진사이는 교토의 장사꾼 집 아들로 태어나 작은 공부방을 열고, 두꺼운 해설에 가려졌던 공자의 말을 옛 뜻 그대로 되찾으려 한 사람이에요. 그가 찾은 답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인은 곧 사랑이고, 좋은 삶은 옆 사람과 따뜻하게 지내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 『논어』를 우주에서 제일가는 책이라 부른 그의 말은, 가장 어려워 보이던 가르침이 실은 가장 가까운 마음에 있었다는 발견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