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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부터 약 1100년 전, 인도 북쪽 카슈미르라는 산골 지역에서는 학자들이 모이면 늘 시끌시끌했어요. 종교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앉아 "네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해 봐"라며 끝장 토론을 벌였거든요. 마치 학교 토론 대회 같았죠. 다만 걸려 있는 건 트로피가 아니라, 누구의 가르침이 옳은가 하는 자존심이었어요. 진 사람은 제자를 잃기도 하고, 왕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답니다.
그 토론장 한가운데에 자얀타 바타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당시 카슈미르를 다스리던 샹카라바르만 왕의 곁에서 활동한, 손꼽히는 학자였어요. 오늘은 이 사람이 평생을 걸고 지키려 한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볼게요.

냐야는 '바른 길', '따져 보기'라는 뜻이에요. 인도에는 오래된 학파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 냐야 학파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아는가"를 파고드는 사람들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생각의 탐정단이에요. 탐정이 증거를 모아 범인을 밝히듯, 냐야 학자들은 "이게 진짜 앎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규칙을 만들었거든요.
그 규칙의 핵심은 '앎으로 가는 통로'가 네 개라는 거였어요. 첫째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고, 둘째는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 "저기 불이 났구나" 하고 알아채는 추리예요. 셋째는 본 적 없는 동물을 "들소는 소를 닮았대"라는 설명으로 알아보는 견주기, 넷째는 믿을 만한 사람의 말이에요. 우리가 지금도 매일 쓰는 방법들이죠.

그런데 같은 시대, 불교 쪽에도 무서운 논리학자들이 있었어요. 디그나가, 다르마키르티 같은 사람들이었죠. 이들은 "통로가 네 개나 필요해? 두 개면 충분해"라고 했어요. 보고 듣는 것과 추리, 딱 둘만 진짜 앎이고 나머지는 그 둘로 다 설명된다는 거였죠.
게다가 이들은 말의 뜻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주장을 폈어요. "'소'라는 말은 소가 무엇인지 알려 주는 게 아니라, 그저 '소가 아닌 것들'을 다 빼고 남은 걸 가리킬 뿐"이라고요. 듣고 보면 그럴듯해서, 오래된 탐정단인 냐야 학파는 점점 수세에 몰렸어요. 새로 등장한 날렵한 논리 앞에서 옛 규칙이 흔들린 거예요.

자얀타 바타는 이 흔들림을 보고만 있지 않았어요. 그는 냐야 학파의 가장 오래된 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고, 불교 학자들의 반박을 하나하나 받아 적은 다음, 거기에 차분히 답을 달았어요. 그렇게 나온 책이 '냐야만자리', 우리말로 옮기면 '냐야의 꽃다발'이라는 책이에요.
재미있는 건 그가 이 책을 편한 자리에서 쓴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그는 한때 정치적인 일에 휘말려 갇혀 있는 동안 이 책을 썼다고 해요. 그는 어려운 논리를 딱딱하게 늘어놓는 대신, 상대의 주장을 먼저 가장 강하게 세워 준 뒤에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글을 풀었어요. "네 말도 일리가 있어.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막히지 않니?"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그의 책은 논리 교과서이면서도 한 편의 토론 중계처럼 술술 읽혀요.
그는 '아가마담바라'라는 희곡도 썼는데, 여러 종교와 학파가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무대 위 연극으로 꾸민 풍자극이었어요. 딱딱하기만 할 것 같던 철학자가 무대까지 빌려 자기 생각을 펼친 셈이죠.

자얀타가 지켜 낸 건 단순히 한 학파의 자존심이 아니에요. "사람은 무엇을 믿어도 되는가, 어떤 말을 근거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었어요. 이건 1100년 전 카슈미르만의 고민이 아니라,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가 마구 뒤섞인 오늘 우리의 고민이기도 해요.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의 말도 어엿한 앎의 통로"라고 끝까지 지켰어요. 세상 모든 걸 혼자 보고 혼자 추리할 수는 없으니, 누구의 말을 믿을지 가려내는 일 자체가 앎의 한 방법이라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하면 꽤 현대적인 이야기죠.

자얀타 바타는 약 1100년 전 카슈미르에서, 흔들리던 냐야 학파의 논리를 다시 세운 사람이에요. 그는 '앎으로 가는 통로는 네 개'라는 오래된 생각을, 두 개면 충분하다는 불교 논리학자들의 날선 도전 앞에서 지켜 냈어요. 그 방법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가장 똑똑하게 세워 준 뒤에 답하는 것이었죠. 그가 남긴 '냐야의 꽃다발'은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요. 너는 무엇을 근거로 안다고 말하니? 이 질문을 마음에 담아 둔다면, 우리는 이미 그의 탐정단에 한 발 들여놓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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