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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기 책이 한 권 있다고 해 볼게요. 이 책은 제사를 정해진 대로 지내면 천국에 간다고, 이렇게 살면 다음 생에 복을 받는다고 말해요. 그런데 천국은 누구도 다녀와서 사진을 찍어 온 적이 없죠. 죽은 뒤의 일은 살아 있는 동안 확인할 방법이 없고요. 누가 이런 책을 내밀며 "믿어라"라고 하면, 여러분은 당연히 "왜요? 증거 있어요?"라고 되묻고 싶을 거예요.
지금으로부터 1100년도 더 전, 인도 북쪽 카슈미르 지방에 살던 자얀타 바타라는 철학자가 바로 이 질문과 정면으로 씨름했어요. 그가 지키려던 책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베다였습니다.

자얀타 바타는 9세기 무렵 카슈미르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는 냐야 학파에 속했는데, 냐야는 쉽게 말하면 "어떻게 해야 무언가를 제대로 아는가"를 따지던 학파예요. 따지고 증명하는 데 밝아서 흔히 논리학파라고 불려요. 자얀타 바타는 이 학파의 생각을 냐야만자리라는 두꺼운 책 한 권에 정리했어요.
당시 그에게는 만만찮은 맞수가 있었어요. 바로 불교 논리학자들이었죠. 그들은 "베다가 대체 무슨 특별한 권위가 있다는 거냐, 어디 한번 증명해 봐라"라며 날카롭게 몰아붙였어요. 자얀타 바타는 이 도전을 피하지 않고 받아 줍니다.

그의 핵심 생각은 의외로 우리 일상과 가까워요. 처음 가 보는 길을 동네 어른께 여쭤본다고 해 볼게요. 나는 그 길을 직접 걸어 본 적이 없지만, 어른이 일러 준 대로 따라가죠. 왜 그럴까요? 그분이 그 동네를 잘 알고, 나를 속일 이유도 없으니까요.
자얀타 바타가 본 것도 똑같아요. 말의 힘은 "누가 말했느냐"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거짓이 없고, 그 일을 제대로 알고, 알려 줄 마음까지 있는 사람. 그런 믿을 만한 사람의 말이라면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보지 못했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도 "그 책이 믿을 만한지를 대체 어떻게 아느냐"는 의문이 남아요. 여기서 자얀타 바타는 영리한 비유를 꺼냅니다. 의사를 떠올려 보세요. 의사가 준 약을 먹었더니 정말 열이 내리고 나았어요. 그러면 우리는 그 의사가 다음에 하는 말도 자연스럽게 믿게 돼요. 직접 따져 보지 않은 부분까지요.
베다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베다 안에는 병을 다스리는 처방처럼 실제로 효과를 내서 확인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확인 가능한 대목이 이렇게 들어맞는다면, 천국처럼 당장 확인할 수 없는 대목도 믿어 볼 만하다. 이렇게 한 걸음씩 추론해 간 거죠.

여기서 자얀타 바타는 다른 학파와 갈라서요. 미맘사라는 학파는 "베다는 지은 이가 따로 없다, 처음부터 그냥 있던 영원한 말이다"라고 했어요. 하지만 자얀타 바타는 생각이 달랐어요. 믿을 만한 말이 되려면 믿을 만한 '말한 이'가 있어야 한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그는 베다에도 그것을 지은 존재가 있다고 했어요. 바로 신이에요. 모든 것을 알고, 거짓이라곤 없는 존재. 말하자면 가장 완벽하게 믿을 만한 말한 이인 셈이죠. 그런 존재의 말이기에 베다는 권위가 있다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는 것의 대부분은 직접 확인한 게 아니에요. 남극이 춥다는 것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우리는 책과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배웠죠. 자얀타 바타가 1100년 전에 붙들고 늘어진 물음이 바로 이거예요. "직접 보지 못한 것을 우리는 어떤 근거로 믿어도 되는가."
그의 답은 "믿을 만한 전달자의 말이라면 믿어도 된다"였어요. 중요한 건 답 자체보다, 무엇을 믿을 만하다고 부를지 그 기준을 끝까지 꼼꼼하게 따졌다는 점이에요.

자얀타 바타는 천국처럼 확인할 길 없는 이야기를 담은 베다를, 어떻게 믿어도 되는지 증명하려 한 카슈미르의 철학자였어요. 그의 길은 단순했어요. 믿음은 말한 사람에게서 나오고, 확인되는 부분이 들어맞으면 나머지도 믿을 만하며, 그 말을 지은 이는 거짓 없는 신이라는 것. 결국 그가 남긴 건 베다 한 권의 옹호를 넘어, 직접 보지 못한 것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를 묻는 오래된 기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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