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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영국이 자기 식민지 국민에게 자국 최고 대학 철학 교수 자리를 내준 일이 있어요.
1936년의 일이에요.
그 주인공이 사르베팔리 라다크리슈난이에요.
스폴딩 석좌교수는 옥스퍼드대학에서 동양 종교와 윤리를 가르치는 정교수직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이 도쿄제국대학 최고 교수직을 받아 일본 학생들에게 조선 사상을 가르친 거예요.
당시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어요.
영국인들은 인도 문명을 열등하다고 가르쳤고, 인도인은 고위 공직에 오르기도 어려운 시대였어요.
그런데 라다크리슈난은 그 시대의 영국 학생들에게 동양 철학을 가르쳤어요.
그것도 16년 동안이요.
그는 1952년 인도로 돌아가기까지 그 강단을 지켰어요.
인도 최고의 철학자가 자기 제자에게 학문 도둑으로 몰렸어요.
1929년, 자두나스 신하라는 캘커타 대학 박사과정생이 라다크리슈난을 공개 고발했어요.
라다크리슈난의 대표작 『인도 철학』 2권이 자신의 미발표 박사 논문을 광범위하게 베꼈다는 거였어요.
『인도 철학』은 서양 독자들에게 인도 사상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소개한 책이에요.
라다크리슈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바로 그 작품이에요.
신하는 학술지 《모던 리뷰》에 고발 글을 실었고, 캘커타 고등법원에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어요.
결국 사건은 법정 밖 합의로 마무리됐어요.
하지만 "인도 최고 철학자가 제자 논문을 베꼈다"는 의심은 그의 학자 경력에 평생 따라붙었어요.
대통령이 된 그는 월급의 4분의 3을 매달 국가에 돌려보냈어요.
1962년, 라다크리슈난은 인도 2대 대통령에 취임했어요.
월급은 1만 루피였는데, 2,500루피만 챙기고 나머지 7,500루피를 총리 국가구호기금에 매달 납입했어요.
총리 국가구호기금은 재난이나 긴급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돕는 국가 기금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이 매달 월급에서 집세와 밥값만 남기고 나머지 전부를 재난 구호 계좌에 이체하는 거예요.
사실 이 자리는 그가 원해서 앉은 게 아니었어요.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가 그를 반쯤 밀어넣다시피 한 자리였어요.
평생 책과 씨름하던 철학자가 갑자기 국가 수반이 된 거예요.
그는 그 자리를 학자의 방식으로 살았어요.
라다크리슈난은 자기 생일 파티를 거절하는 대신, 나라 전체에 선물을 줬어요.
대통령 취임 직후, 제자들이 9월 5일 그의 생일을 성대하게 기념하겠다고 나섰어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내 생일을 축하하지 말고, 모든 교사를 기념하는 날로 삼으세요."
그 한마디로 인도 전국 스승의 날(Teachers' Day)이 생겼어요.
1962년부터 매년 9월 5일, 인도 전역의 학생들이 선생님께 꽃을 건네고 감사를 전해요.
한 사람의 생일이 나라 전체의 교사 기념일로 바뀐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옥스퍼드 강단에 섰고, 제자에게 표절로 고소당했고, 대통령 월급 대부분을 돌려보낸 사람.
그는 마지막으로 자기 생일마저 내놓았어요.
이름이 아니라 가르침으로 기억되길 바랐던 사람이, 지금도 자기 이름이 붙은 날로 가장 많이 기억되고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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