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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사의 인생 항로를 바꾼 건 스승도, 책도, 왕의 부름도 아니었어요.
변소의 쥐 한 마리였어요.
이사는 기원전 280년 무렵 초나라의 작은 고을에서 말단 창고지기로 일하던 사람이에요.
어느 날 변소에 들어갔더니 쥐 한 마리가 비쩍 마른 채로 허둥대다가, 발소리만 들어도 벌벌 떨며 도망쳤어요.
그런데 곡식 창고로 가보니, 그쪽 쥐는 달랐어요.
배불뚝이에 털도 윤기가 흘렀고, 사람이 와도 눈 하나 깜짝 안 했어요.
이사는 그 순간 멈춰 섰어요.
"사람이 잘나고 못남도 결국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달린 거잖아."
그게 전부였어요.
그 깨달음 하나로 이사는 창고 열쇠를 던지고 순자를 찾아갔어요.
순자는 전국시대 말기의 유학자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니 교육과 법으로 다듬어야 한다"고 가르친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사가 거기서 건져온 건 유학의 도덕 윤리가 아니었어요.
법과 제도로 나라를 통치하는 법가(法家)의 논리였어요.
법가는 쉽게 말하면 "착한 사람을 믿지 말고, 좋은 규칙을 만들어라"는 사상이에요.
배움을 마친 이사는 당시 가장 빠르게 세력을 키우던 진나라로 향했어요.
환경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으니, 가장 강력한 판 위로 직접 올라선 거예요.

이사는 해고 통보를 받은 그 날, 진나라의 역사를 바꾸는 글을 썼어요.
진나라에서 이사의 출세는 탄탄대로였어요.
그런데 진왕 정, 훗날 천하를 통일하고 진시황이 되는 그 사람이 갑자기 명령을 내렸어요.
"외국 출신 관료를 전부 추방하라."
이사는 초나라 출신이에요.
당연히 명단에 들어갔고, 이미 짐을 싸서 나가던 길이었어요.
그 길에서 이사는 붓을 꺼냈어요.
그리고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썼어요.
지금으로 치면 퇴직 당일 아침에 CEO에게 보내는 이메일인데, 내용이 정면 돌파였어요.
"진나라가 아끼는 보물 옥도, 음악도, 미녀도 다 외국에서 온 거잖아요. 왜 인재만 쫓아냅니까?"
진왕은 추방령을 즉시 거뒀어요.
이사를 다시 불러들였고, 결국 그는 재상 자리까지 올랐어요.
그 한 통의 상소문이 없었다면, 진의 천하 통일도 없었을지 모른다는 게 역사가들의 평가예요.

유학자의 제자가 세상의 모든 책을 불태우라고 건의했어요.
역사상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예요.
기원전 213년 무렵, 천하 통일 이후 이사는 진시황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어요.
의학책, 농업책, 점술책을 뺀 나머지를 전부 불태우라는 거였어요.
이게 바로 분서(焚書)예요. 문자 그대로 책을 태운다는 뜻이에요.
제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시와 역사책을 개인이 가지고 있으면 저잣거리에서 처형하라.
옛 방식으로 지금 황제를 비판하는 자는 가족까지 멸족시켜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이사 자신이 책으로 배운 사람이에요.
순자의 제자이기도 하고요.
결국 이사에게 지식은 처음부터 도구였어요.
자기한테 유리할 때는 무기로 쓰고, 권력을 위협하면 없애버리는 것.
사람들이 책을 읽고 옛 현인의 말을 근거로 황제를 비판하면, 황제의 권위가 흔들리거든요.
이사는 자기 손으로 완성한 형벌 조항에 따라, 차례대로 몸이 잘려나갔어요.
진시황이 죽자 이사는 환관 조고와 손을 잡았어요.
조고는 진나라 황실의 실권을 틀어쥔 환관으로, 이후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끄는 인물이에요.
두 사람은 황제의 유언을 조작해서, 정통 후계자인 부소를 자살로 몰았어요.
그리고 다루기 쉬운 호해를 황제 자리에 앉혔어요.
이사는 이게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조고는 처음부터 이사를 함께 오를 파트너가 아니라, 쓰고 나면 버릴 패로 봤어요.
조고의 모함이 쌓이고, 결국 이사는 체포됐어요.
그에게 적용된 건 자신이 직접 강화한 오형(五刑)이었어요.
이마에 글씨를 새기고, 코를 베고, 발을 자르고, 거세하고, 마지막으로 허리를 자르는 다섯 단계 형벌이에요.
함양 저잣거리에서 처형이 집행되던 날, 이사는 함께 끌려온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너랑 다시 누런 개 끌고 토끼사냥이나 가고 싶다."
변소의 쥐를 보며 더 나은 자리를 꿈꿨던 사람의 마지막 말이 그거였어요.
권력의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끝에,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그리워한 건 개를 끌고 들판을 달리던 평범한 오후였어요.
그 오후로 돌아가는 길은, 그가 직접 없앴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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