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바로 옆 나라는 가난한지 물은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마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노갈레스라는 도시가 있어요.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미국 땅, 남쪽은 멕시코 땅이에요. 사람들 생김새도 비슷하고, 날씨도 같고, 먹는 음식도 닮았어요. 그런데 북쪽 가구는 남쪽 가구보다 소득이 세 배쯤 많아요. 학교에도 더 오래 다니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이상하지 않나요? 같은 자리에 살고 조상도 비슷한데 왜 살림살이가 이렇게 다를까요? 이 질문을 평생 파고든 사람이 바로 대런 애쓰모글루예요.

대런 애쓰모글루는 누구인가요
대런 애쓰모글루는 1967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경제학자예요. 지금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줄여서 엠아이티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요. 2024년에는 동료 두 사람과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요.
그가 받은 상의 이유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어요. 나라가 잘살고 못사는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밝혔다는 거예요. 그가 내놓은 답은 뜻밖이었어요. 땅이 좋아서도, 날씨가 따뜻해서도, 어떤 민족이라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만든 규칙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제도라는 건 게임의 규칙이에요
여기서 '제도'라는 말이 나와요.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게임의 규칙 같은 거예요.
축구를 떠올려 보세요. 손을 쓰면 반칙이고, 골을 넣으면 점수가 나죠. 규칙이 공정하면 누구나 열심히 뛸 맛이 나요. 그런데 만약 심판이 한 팀 편만 들고, 아무리 골을 넣어도 점수를 안 준다면 어떨까요? 그 팀 선수들은 곧 뛰기를 포기할 거예요.
나라도 똑같아요. 내가 일해서 번 돈을 내가 가질 수 있고, 좋은 생각을 사업으로 키울 수 있고, 약속이 지켜진다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요. 이런 규칙들을 한데 묶어서 제도라고 불러요.

함께 나누는 규칙과 빼앗는 규칙
애쓰모글루는 제도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어요.
하나는 '함께 나누는' 규칙이에요. 누구나 노력하면 잘살 기회가 있고, 힘 있는 사람도 남의 것을 함부로 빼앗지 못해요. 다른 하나는 '빼앗는' 규칙이에요. 소수의 힘 있는 사람만 이익을 챙기고, 나머지는 아무리 애써도 남 좋은 일만 하게 돼요.
빼앗는 규칙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굳이 노력할 이유가 없어요. 새 기계를 들이거나 새 길을 닦아도 그 열매를 윗사람이 가져가니까요. 그래서 나라가 가난한 채로 머물러요. 노갈레스의 북쪽과 남쪽이 갈린 것도 바로 이 규칙의 차이였어요.

어떻게 증명했을까요
여기서 영리한 질문이 나와요. 잘사는 나라가 좋은 규칙을 만든 걸까요, 아니면 좋은 규칙이 나라를 잘살게 만든 걸까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헷갈리는 문제예요.
애쓰모글루는 옛날 식민지 역사에서 단서를 찾았어요. 수백 년 전 유럽 사람들이 세계 곳곳으로 갔는데, 어떤 곳은 병이 적어 직접 눌러살았고, 어떤 곳은 병이 많아 잠깐 들러 자원만 빼 갔어요. 눌러산 곳에는 자기들이 살기 좋도록 함께 나누는 규칙을 심었고, 빼 가기만 한 곳에는 빼앗는 규칙을 남겼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 심어진 규칙의 흔적이 남아서 나라의 살림살이를 가른다는 걸 숫자로 보여 줬어요. 규칙이 먼저고, 잘사는 건 그다음이었다는 증거예요.

왜 이게 중요할까요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희망적이에요. 가난이 땅이나 핏줄처럼 타고나는 운명이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규칙은 사람이 만든 거니까, 사람이 바꿀 수도 있어요.
물론 규칙을 바꾸는 건 무척 어려워요. 빼앗는 규칙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순순히 손을 놓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걸음이에요.

정리
같은 땅, 비슷한 사람인데도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가난해요. 대런 애쓰모글루는 그 차이가 날씨나 민족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규칙, 곧 제도에서 온다는 걸 보여 줬어요. 함께 나누는 규칙은 사람들을 일하게 만들고, 빼앗는 규칙은 나라를 가난에 묶어 둬요. 가난이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선택의 결과라는 이 생각이, 2024년 노벨 경제학상으로 이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