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간은 왜 사람과 호랑이의 본성이 같다고 했을까
이간은 조선 후기 호락논쟁을 이끈 성리학자로, 하늘이 모든 존재에게 똑같이 내려 준 본연지성을 근거로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뿌리에서는 같다고 본 사람입니다.

이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여러분은 강아지를 가만히 보다가 "얘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약 300년 전 조선에도 이 질문을 장난이 아니라 평생의 숙제로 붙든 학자가 있었어요.
바로 외암 이간이에요.
1677년부터 1727년까지 살았으니 쉰 해를 산 셈인데, 그는 스승 권상하 밑에서 함께 공부하던 동문 한원진과 한 가지 문제로 크게 부딪혔어요.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같은가, 다른가.
이 글에서는 그 답으로 이간이 꺼내 든 '본연지성'이 무슨 말인지, 그리고 그게 왜 조선 최대의 철학 싸움으로 번졌는지 천천히 풀어 볼게요.

본연지성은 무슨 뜻일까
본연지성은 한자를 그대로 풀면 '본디 그러한 성질', 곧 타고난 본바탕이에요.
성리학에서는 모든 존재가 하늘로부터 똑같이 받은 깨끗하고 선한 본성을 본연지성이라고 불러요.
비유로 보면 쉬워요.
햇빛 하나가 빨강, 파랑, 노랑 색유리를 차례로 통과한다고 해봐요.
유리를 지나고 나면 빛 색깔이 제각각 달라지지만, 애초에 들어온 햇빛 자체는 똑같은 하나예요.
여기서 원래의 햇빛이 바로 본연지성이고, 색유리를 거쳐 달라진 빛이 기질지성이에요.
기질지성은 저마다 타고난 기질, 그러니까 몸과 기운이 섞여 겉으로 드러난 성질이라 사람마다 동물마다 다 달라요.
그러니 본성을 보는 자리가 둘인 셈이에요.
색유리 너머로 달라진 빛만 보면 다 다르게 보이고, 유리에 들어가기 전 햇빛 자체를 보면 다 똑같아요.
이 '어디서 보느냐'가 다음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호락논쟁은 무엇을 두고 싸웠을까
이 보는 자리의 차이가 조선 후기 최대의 철학 논쟁으로 번졌어요.
이름하여 호락논쟁이에요.
충청도, 곧 호서 지역 학자들을 호론이라 하고 서울, 곧 낙하 지역 학자들을 낙론이라 불러서 붙은 이름인데, 18세기 내내 이어졌어요.
쟁점은 의외로 단순해요.
사람의 본성과 동물의 본성이 같은가 다른가.
한원진을 중심으로 한 호론은 "다르다"고 보아 인물성이론을 폈고, 이간을 중심으로 한 낙론은 "같다"고 보아 인물성동론을 폈어요.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두 사람이 정반대 자리에 선 거예요.
| 구분 | 호론 | 낙론 |
|---|---|---|
| 대표 학자 | 한원진 | 이간 |
| 핵심 주장 | 인물성이론 | 인물성동론 |
| 본성을 보는 자리 | 기질이 섞인 성질 | 본연지성 그 자체 |
| 사람과 동물 | 본성이 다르다 | 뿌리는 같다 |

이간은 왜 본성이 같다고 했을까
이간은 색유리가 아니라 들어온 햇빛 자체에 눈을 맞췄어요.
기질을 걷어내고 본연지성만 놓고 보면, 사람이든 소든 호랑이든 하늘에서 받은 본바탕은 똑같이 선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본질에서는 같다고 했어요.
반대로 한원진은 본성이란 기질을 떠나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현실의 본성은 늘 기질과 섞여 있으니, 기질이 다른 사람과 동물은 본성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재미있는 점은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거예요.
한 사람은 빛의 근원을 보고 같다고 했고, 한 사람은 유리를 통과한 결과를 보고 다르다고 했으니까요.
같은 본성을 어느 층위에서 보느냐가 갈렸을 뿐이에요.
이간의 본연지성은 그중 '근원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는 쪽에 단단히 선 생각이에요.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낡은 옛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간의 질문은 지금도 살아 있어요.
사람과 동물은 근본이 같을까 다를까.
이건 동물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생명을 어떻게 대할지 같은 오늘의 고민과 곧장 이어져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겉으로 드러난 성격과 능력, 곧 기질지성은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똑같이 선한 본바탕인 본연지성을 지녔다고 보면 사람을 함부로 줄 세우기가 어려워져요.
300년 전 이간이 본연지성에 그토록 매달린 이유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에요.

정리
이간은 호락논쟁에서 낙론을 대표한 성리학자였어요.
그는 모든 존재가 하늘로부터 똑같이 받은 본연지성에 주목해,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뿌리에서는 같다는 인물성동론을 폈어요.
핵심은 본성을 어느 자리에서 보느냐예요.
기질이 섞인 모습을 보면 다 다르고, 본연지성 그 자체를 보면 다 같아요.
이간은 그 같음의 자리에 서서 모든 생명의 본바탕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단단히 세운 사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