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청나라에서 본 수레와 벽돌, 조선은 왜 따라 하지 못했을까

사신단을 따라간 길에서 본 것
1780년, 마흔이 넘은 박지원(1737년부터 1805년까지 살았어요)이 청나라로 가는 사신단을 따라나섰어요. 두 달 넘게 걸어서 도착한 그곳에서 그는 자꾸 한 가지에 눈이 갔어요. 바로 길 위를 굴러다니는 수레와, 네모반듯하게 구운 벽돌로 지은 집이었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박지원에게는 충격이었어요. 조선에서는 무거운 짐을 사람이 등에 지거나 소 한 마리에 겨우 실어 날랐거든요. 그런데 청나라에서는 수레 한 대가 그 일을 몇 배로 해내고 있었어요. 그는 이 광경을 적은 여행기 '열하일기'를 남겼고, 거기서 외쳤어요. 우리도 이걸 써야 한다고요.

이용후생이라는 말부터 풀어 볼게요
박지원이 평생 붙잡은 생각을 네 글자로 줄이면 '이용후생'이에요.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해요. '이용'은 도구를 편하고 알맞게 쓰는 것, '후생'은 그래서 백성의 살림을 두툼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부엌칼을 떠올려 보세요. 칼이 잘 들면 요리가 빨라지고, 그만큼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생기죠. 수레도, 벽돌도 똑같아요. 좋은 도구가 사람을 덜 고생시키고, 그 덕에 모두가 조금 더 잘살게 된다는 거예요. 박지원은 '도덕만 따지지 말고 먼저 백성을 배부르게 하자'고 본 셈이에요.

첫 번째 벽, 적이 만든 물건이라는 미움
그런데 조선은 이 좋은 생각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첫 번째 이유는 마음에 있었어요.
조선은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깔봤어요. 불과 150년쯤 전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무릎을 꿇은 아픈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랑캐한테 뭘 배운단 말이냐'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싫은 사람이 한 말은 옳은 말이어도 괜히 듣기 싫잖아요. 조선 양반들의 마음이 딱 그랬어요. 수레가 편한 줄은 알아도, 그게 청나라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돌려 버린 거예요.

두 번째 벽, 일하는 걸 부끄러워한 사람들
두 번째 이유는 신분에 있었어요. 조선은 사람을 선비, 농부, 장인, 상인 순서로 줄을 세웠어요. 그리고 맨 위 선비, 즉 양반은 손에 흙이나 기름을 묻히는 걸 부끄럽게 여겼어요.
그러니 수레를 더 잘 만들고, 벽돌 굽는 법을 연구하는 일은 늘 천한 사람들 몫으로 밀려났어요. 똑똑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책상 앞에서 글만 읽었죠.
반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다들 손으로 만드는 일을 창피해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아무리 좋은 발명이 나와도 널리 퍼지기 어렵겠죠. 조선의 기술이 딱 그렇게 제자리걸음을 했어요.

세 번째 벽, 수레를 굴릴 길이 없었다
세 번째 이유는 조금 더 현실적이에요. 박지원이 그렇게 외친 수레조차, 사실 조선에서는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았어요.
조선의 길은 좁고 험하고 울퉁불퉁했어요. 큰 강에 다리도 별로 없었고요. 게다가 시장이 작고 돈이 잘 돌지 않아서, 물건을 많이 실어 멀리 팔 일 자체가 드물었어요.
수레는 평평한 길과 활발한 시장이 있어야 빛을 봐요. 그 바탕이 없으니, 수레 한 대를 들여와도 금방 무용지물이 됐어요. 좋은 자전거가 있어도 다닐 길이 없으면 헛간에 세워 두게 되는 것과 같아요. 하나가 막히니 다른 것까지 줄줄이 막힌 거죠.
네 번째 벽, 박지원은 힘없는 소수였다
마지막 이유는 박지원 자신의 처지였어요. 그는 큰 권력을 쥔 사람이 아니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한 학자들도 한 줌밖에 안 됐고요.
그래서 박지원은 자기 뜻을 정책 대신 이야기에 담았어요. 일하지 않고 체면만 차리는 양반을 우습게 그린 '양반전', 장사로 큰돈을 버는 선비를 그린 '허생전' 같은 소설이 그거예요. 세상을 비틀어 웃기면서, 사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한 거예요.
하지만 글은 사람들을 잠깐 뜨끔하게 할 뿐, 나라의 길과 신분제까지 바꾸지는 못했어요. 좋은 생각이 제도가 되려면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이 그에게는 없었던 거예요.

정리
박지원의 이용후생은 틀린 생각이어서 묻힌 게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앞선 생각이었는데, 그것을 받아 줄 그릇이 조선에 없었어요. 적이 만든 것이라는 미움, 일을 부끄러워한 신분 질서, 수레를 굴릴 길과 시장의 부재,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이 힘없는 소수였다는 사정이 겹쳤죠.
그러니 박지원의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 위인전이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떠받칠 마음과 제도와 바탕이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것. 한 사람의 외침만으로는 세상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박지원의 막힌 꿈이 조용히 알려 주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