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외우기만 하면 된다던 호넨은 왜 일흔다섯에 섬으로 쫓겨났을까
글자를 몰라도 갈 수 있는 길
800년쯤 전 일본을 떠올려 볼게요. 그때 절에서 깨달음을 얻는 일은 보통 사람에게 너무 먼 이야기였어요. 어려운 한문 경전을 줄줄 읽어야 하고, 길고 복잡한 의식을 치러야 하고, 절에 큰돈을 시주할 형편도 돼야 했거든요. 글을 모르는 농부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장사꾼에게 극락은, 마치 부잣집 담장 너머로만 보이는 정원 같았어요. 들어갈 문은 보이지 않고요.
바로 이 담장에 작은 쪽문을 낸 사람이 호넨이라는 스님이에요. 1133년에 태어나 1212년까지, 일흔아홉 해를 살았으니 지금부터 한참 전 사람이죠. 그는 '돈도, 글도, 복잡한 수행도 필요 없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 쉬운 길 때문에 그는 일흔다섯이라는 나이에 승복을 빼앗기고 섬으로 쫓겨나게 돼요. 쉬운 게 어쩌다 죄가 됐을까요.
아버지의 마지막 말
호넨은 아홉 살 때 큰일을 겪어요. 지방 관리였던 아버지가 한밤중에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거예요. 보통이라면 어린 아들은 '커서 꼭 복수하겠다'고 다짐했겠죠. 하지만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전에 정반대의 말을 남겨요. 원수를 갚지 말고, 차라리 출가해서 모두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라고요.
그 말을 따라 호넨은 열세 살에 일본 불교의 중심지였던 히에이산으로 들어가요. 거기서 그는 30년 넘게 경전을 파고들어요.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지혜 제일'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죠. 그러니까 그는 공부가 부족해서 쉬운 길을 택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누구보다 깊이 파 본 뒤에, 이 길이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 가파르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면 충분해요
마흔셋이 되던 해, 호넨은 옛 중국 스님이 남긴 글에서 답을 찾아요. 그러고는 산을 내려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기 시작해요. '아미타불'이라는 부처님의 이름을 마음을 담아 부르기만 하면 된다고요. 입으로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만 외우면, 누구든 죽은 뒤 극락에 갈 수 있다는 거였어요. 이걸 오직 염불 하나에만 매달린다고 해서 '전수염불'이라고 불러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예전 깨달음이 직접 농사짓고 옷도 손수 지어야 겨우 먹고사는 길이었다면, 호넨은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짧은 노래 한 곡'을 손에 쥐여 준 셈이에요. 글을 못 읽어도, 돈이 없어도, 밭일을 하면서도 부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어요. 농부도, 어부도, 심지어 글공부 한 번 못 한 사람도 '아, 나도 갈 수 있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죠.
쉬운 길이 왜 미움을 샀을까
그런데 이 반가운 소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위협이었어요. 바로 오래된 절과 그곳의 높은 스님들이었죠.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아요. 그동안 절은 '우리를 통해야만, 우리가 가르치는 어려운 길을 거쳐야만 구원받는다'고 말해 왔어요. 그게 절의 권위이자 살림 밑천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호넨이 '그냥 이름만 부르면 됩니다'라고 하니, 절의 복잡한 의식과 시주가 다 필요 없어 보이게 된 거예요. 마치 비싼 자격증 학원이 줄지어 있는 거리에, 누가 나타나 '그거 없어도 됩니다, 이 한 줄만 외우세요' 하고 외친 셈이죠. 학원들이 가만있을 리 없겠죠. 큰 절들은 조정에 글을 올려 '저 가르침을 금지해 달라'고 거듭 요청해요. 호넨을 향한 미움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어요.
제자들이 부른 화, 그리고 유배
불씨가 터진 건 1207년이에요. 호넨의 제자 몇이 염불 모임을 열었는데, 그 자리에 물러난 왕이었던 고토바인을 모시던 궁중 여인들이 다녀갔어요. 그중 몇이 감명을 받아 머리를 깎고 출가해 버려요. 이 일이 왕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크게 분노해요. 안 그래도 호넨을 못마땅해하던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빌미였죠.
결국 제자 네 명이 목숨을 잃고, 호넨에게는 유배형이 내려져요. 더 가혹한 건, 그가 스님 자격마저 빼앗기고 평범한 사람의 이름을 새로 받았다는 점이에요. 수십 년을 바친 신분이 하루아침에 지워진 거죠. 그렇게 일흔다섯의 노승은 도읍을 떠나, 바다 건너 시코쿠라는 섬으로 향하는 먼 길에 올라요.
다행히 같은 해 말에 죄는 풀렸지만, 호넨이 도읍으로 돌아오는 건 허락되지 않았어요. 그가 다시 도읍 땅을 밟은 건 1211년, 유배를 떠난 지 4년 만이었어요. 그리고 이듬해인 1212년, 일흔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요. 떠나기 이틀 전에는 짧은 글 한 장을 남겨, 끝까지 '그저 염불하라'는 한마디를 되풀이했어요.
정리
호넨은 어려운 공부를 누구보다 깊이 한 사람이었지만, 바로 그 깊이 끝에서 '쉬운 길'을 골랐어요. 글도 돈도 없는 사람에게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를 쥐여 준 일이 그의 핵심이에요. 그런데 이 쉬움이 오래된 절의 권위를 흔들었고, 제자들의 사건이 도화선이 되면서 그는 일흔다섯에 신분을 잃고 섬으로 쫓겨났죠. 탄압과 유배는 그가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의 가르침이 너무 많은 사람의 문을 열어 줬기 때문에 닥친 일이었다는 것, 이 한 가지만 기억해도 호넨이라는 사람이 또렷이 보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