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호넨이 평생 매달린 한마디
좋은 자리는 정해져 있다는 생각
옛날 사람들은 죽은 뒤 좋은 곳에 가는 일이 마치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겼어요. 글공부 오래 하고, 조용히 앉아 마음을 닦고, 나쁜 짓 한 번 안 한 사람만 그 자리를 얻는다고요. 그러면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느라 글자도 못 배운 농부,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 파는 어부, 먹고살려고 짐승을 잡은 사냥꾼은 어떻게 될까요. 이들은 아무리 봐도 그 학교 문턱조차 못 밟을 사람들이었어요. 좋은 곳은 처음부터 남의 동네라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정면으로 다른 답을 내놓은 일본 승려가 있었어요. 바로 호넨입니다.
호넨은 누구였나요
호넨은 1133년 일본에서 태어났어요. 아홉 살 때 아버지가 한밤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아버지가 복수하지 말고 마음 닦는 길로 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그 길로 호넨은 히에이산이라는 큰 절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무려 30년 넘게 불경을 파고들어서, 주변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공부를 잘했어요. 남들이 보기엔 이미 그 좋은 자리에 다 온 사람이었죠. 그러니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공부 못한 사람의 핑계가 아니에요. 누구보다 깊이 공부한 사람이 도리어 그 공부의 한계를 본 이야기예요.
아무리 올라도 끝이 안 보이는 사다리
호넨은 오래 공부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당시 불교가 가르친 구원의 길은 아주 높은 사다리 같았거든요. 어려운 경전을 읽고, 몇 시간씩 앉아 명상하고, 수백 가지 계율을 한 치도 어기지 않아야 꼭대기에 닿는다고 했어요. 이렇게 자기 힘으로 한 칸씩 올라가는 방식을 자력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호넨 자신처럼 평생 절에서 공부만 한 사람도 버거운데, 글자도 모르고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보통 사람은 첫 칸도 못 밟아요. 그럼 세상 사람 대부분은 구원에서 그냥 빠지는 거예요. 호넨은 이게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정말 모두를 위한 가르침이라면, 사다리를 잘 타는 소수만 건지는 게 맞을까 하고요.
그냥 이름을 부르세요
마흔셋이던 1175년, 호넨은 옛 중국 스님 선도의 글을 읽다가 답을 찾았다고 해요. 핵심은 놀랄 만큼 단순했어요. 어려운 수행 다 내려놓고, 그저 아미타불이라는 부처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라는 거예요. 나무아미타불, 이 한마디를 외우는 것이죠. 여기서 나무라는 말은 나무토막이 아니라 당신에게 의지하고 돌아간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이 말은 아미타 부처님께 제 몸을 맡깁니다라는 한마디인 셈이죠. 이것만 오로지 하면 된다고 해서 전수염불이라고 불러요. 마치 길을 잃은 아이가 어려운 주문 대신 그냥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것과 같아요. 아이가 똑똑해서 엄마가 오는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달려오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오는 거예요. 아미타불도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고 미리 약속을 해 두었는데, 이 약속을 본원이라고 해요. 그러니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내 힘이 아니라 그쪽의 약속이 나를 건져 올리는 거죠. 내 힘에 기대는 자력 대신, 남의 힘에 맡기는 타력의 길이에요. 사다리를 내가 오르는 게 아니라, 누가 위에서 손을 잡아 끌어올리는 그림이죠.
그래서 나쁜 사람도 구원받나요
여기서 그 무거운 질문이 풀려요. 만약 구원이 똑똑하고 착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면, 그건 잘난 사람만의 것이 돼요. 하지만 호넨이 말한 구원은 상이 아니라 손 내밀기였어요. 아미타불의 약속은 원래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자기를 구할 수 없는 사람, 그러니까 약하고 죄 많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그러니 글 못 읽는 농부도, 짐승을 잡아야 했던 사냥꾼도,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여겨 고개를 못 드는 이도 이름만 부르면 똑같이 건져진다는 거죠. 잘난 사람은 끼워 주고 못난 사람은 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장 밀려나 있던 사람에게 먼저 손이 가는 구원이었어요. 나쁜 사람도 구원받느냐는 물음에, 호넨은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약속이라고 답한 셈이에요.
왜 이 말이 위험하게 들렸을까요
이 가르침은 당시로선 깜짝 놀랄 말이었어요. 평생 어려운 수행을 쌓아 온 기성 불교계 입장에서는, 그저 이름 한 번 부르면 다 된다는 말이 자기들 노력을 우습게 만드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애써 사다리를 오른 사람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거죠. 결국 호넨은 일흔이 넘은 1207년에 멀리 유배까지 가게 돼요. 그래도 그는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1212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 사이 그가 연 정토종은 글 모르는 보통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졌어요. 어려워서 닿지 못하던 구원을, 누구나 입으로 부를 수 있는 한마디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에요.
정리
호넨이 던진 답은 간단해요. 구원은 똑똑하고 착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약한 사람을 향해 먼저 내미는 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려운 수행 대신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이름 한마디를 부르는 전수염불을 길로 삼았고, 바로 그 때문에 나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보았어요. 가장 멀리 밀려난 사람부터 챙기는 마음, 호넨의 가르침을 기억할 때 이 한 가지만 붙잡아도 충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