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행 없이도 누구나 극락에 간다고 한 호넨, 정토종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부처가 되는 길이 비싼 사립학교 같던 시절
잠깐 이런 학교를 떠올려 볼까요. 들어가려면 산속 깊은 곳에서 수십 년을 공부해야 하고, 어려운 한문 경전을 줄줄 외워야 하고, 큰 절을 지을 만한 돈까지 있어야 해요. 가난한 농부나 글을 모르는 사람은 입학은커녕 문 앞에도 못 가죠. 지금부터 약 850년 전 일본의 불교가 꼭 이랬어요. 부처가 되어 극락에 가는 일은 귀족과 똑똑한 스님들만 누리는 특권이었거든요.
호넨(1133년부터 1212년까지 산 일본 스님)은 바로 이 점이 답답했던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답답함이 결국 정토종이라는 새로운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됩니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산으로 들어간 아이
호넨은 어릴 때 큰 사건을 겪어요. 아홉 살 무렵 아버지가 한밤중 습격을 받아 세상을 떠나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는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대요. 원수를 갚으려 하지 말고, 모두를 구하는 스님이 되라고요.
호넨은 그 말을 따라 열세 살쯤 히에이산이라는 큰 절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해요.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지혜가 제일이라고 불렀을 정도예요. 요즘으로 치면 전교 1등, 그것도 압도적인 1등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나처럼 평생 공부만 한 사람도 이렇게 막막한데, 글도 못 읽는 보통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구원받지? 이 물음이 그를 오래 따라다녔어요.
아무리 수행해도 안 된다고 믿던 시대
그 시절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때를 말법시대라고 불렀어요. 부처가 세상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가르침이 흐려지고, 아무리 애써 수행해도 좀처럼 깨닫기 어려운 시대라는 뜻이에요. 일본에서는 1052년부터 그 어두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여겼어요.
게다가 현실도 캄캄했어요. 곳곳에서 전쟁이 터지고, 지진이 나고, 굶주림이 닥쳤죠. 당장 내일 먹을 것도 걱정인 사람에게 산에 들어가 수십 년 수행하라는 말은 그림의 떡이었어요. 길은 분명히 있는데, 그 길은 너무 높고 멀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없는 길이나 마찬가지였던 거예요.
옛 책 한 구절에서 길을 발견하다
호넨이 마흔세 살이던 1175년,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와요. 그는 오래전 중국 스님 선도가 쓴 책을 읽다가 한 구절에서 딱 멈춰 서요. 거기에는 아미타 부처가 아주 먼 옛날에 한 약속이 적혀 있었어요.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 빠짐없이 극락으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이었죠.
호넨은 무릎을 쳐요. 그렇다면 어려운 공부도, 큰돈도, 깊은 수행도 다 필요 없겠구나. 오직 나무아미타불 한 마디를 마음을 담아 부르기만 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다른 건 다 내려놓고 부처의 이름 부르기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을 전수염불이라고 해요. 마치 복잡한 자물쇠를 여러 개 풀어야 했던 문이, 알고 보니 단어 하나만 말하면 열리는 문이었던 셈이에요.
누구에게나 열린 문이 되다
이 생각이 왜 그렇게 큰일이었을까요. 이름을 부르는 일에는 자격이 필요 없기 때문이에요. 글을 못 읽어도, 돈이 한 푼도 없어도, 농부든 어부든,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입으로 부를 수 있잖아요. 부처가 되는 길이 처음으로 모두에게 활짝 열린 거예요. 호넨은 이 가르침을 중심으로 정토종이라는 새로운 종파를 열어요.
물론 반발도 컸어요. 오랜 수행과 학식을 자랑하던 기존 불교 입장에서는 그렇게 쉬워도 되느냐고 화를 냈죠. 결국 호넨은 일흔다섯이던 1207년에 멀리 유배까지 가게 돼요. 하지만 한번 열린 문은 닫히지 않았어요. 그의 가르침은 보통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답니다.
정리
호넨의 정토종은 어려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어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는 걸까. 그는 부처의 옛 약속에서 답을 찾아, 이름 한 마디를 부르는 일로 그 길을 모두에게 열어 줬어요. 정토종 개창의 배경에는 캄캄하다고 믿던 말법시대와, 그 속에서도 누구 하나 빼놓지 않으려던 한 사람의 마음이 있었다는 것, 이것만 기억하면 충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