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넨은 왜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만 있으면 된다고 했을까
글을 모르는 사람은 부처가 못 되나요
옛날 일본에서 부처가 되려면 할 일이 참 많았어요. 어려운 한문 경전을 읽고, 산속에 들어가 몇 년씩 명상하고, 수백 개나 되는 계율을 빈틈없이 지켜야 했지요. 그런데 글자도 못 읽고, 새벽부터 밤까지 논밭에서 일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은 어떡하나요? 그 사람들은 부처가 될 길이 아예 막힌 걸까요?
이 질문을 평생 붙들고 산 사람이 있었어요. 호넨이라는 일본 승려예요. 1133년에 태어나 1212년까지, 일흔아홉 해를 살았던 분이지요. 그는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답을 내놓는데, 그 답이 바로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여섯 글자였어요.
호넨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호넨은 아홉 살 때 큰일을 겪어요. 지방 관리였던 아버지가 한밤중에 습격을 받아 죽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전에 "원수를 갚지 말고, 모두를 구할 길을 찾아라"고 했대요. 어린 호넨은 그 말 한마디를 품고 절로 들어가요.
그는 비예산(일본말로 히에이잔)이라는, 당시 일본 불교의 중심이던 큰 절에서 공부를 시작해요. 워낙 똑똑해서 '지혜 제일'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수행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어요. '나처럼 시간과 머리를 가진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대체 어떡하지?' 하는 물음이 자꾸 떠올랐거든요.
나무아미타불이 무슨 말이냐면요
마흔셋이 되던 해, 호넨은 옛 중국 스님(선도)이 쓴 글을 읽다가 무릎을 쳐요. 답이 거기 있었어요. 바로 '나무아미타불'이었지요.
이 여섯 글자를 풀면 이래요. '아미타불'은 아주 먼 옛날에 부처가 된 분의 이름이에요. '나무'는 '당신께 의지합니다, 저를 맡깁니다'라는 뜻이고요. 그러니까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 부처님, 제가 당신께 저를 맡길게요" 하고 부르는 말이에요.
아미타불은 부처가 되기 전에 큰 약속을 하나 했다고 해요.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 내가 사는 좋은 곳으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이지요. 이 약속을 본원이라고 불러요. 호넨은 이 약속 하나에 모든 걸 걸었어요. 하루에 수만 번씩 이 이름을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힘이 내 안이 아니라 밖에서 와요
여기서 호넨 생각의 핵심이 나와요. 보통 우리는 '내가 노력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구원받는다'고 생각하잖아요. 내 두 다리로 높은 산을 오르는 거예요. 이걸 자력, 곧 '내 힘'이라고 해요.
그런데 호넨은 방향을 거꾸로 봤어요. 산을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이미 나를 태우러 강가에 와 있는 배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 배가 바로 아미타불의 약속이에요. 힘은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나를 구하겠다고 먼저 약속한 부처 쪽에 있어요. 이걸 타력, 곧 '다른 힘'이라고 불러요.
어린아이가 높은 선반의 물건을 혼자 낑낑대며 잡으려는 대신, 그냥 부모에게 두 팔을 번쩍 들어 안아 달라고 하는 모습과 비슷해요. 그래서 나무아미타불을 부른다는 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당신을 믿고 맡깁니다" 하고 손을 내미는 일이에요. 글을 몰라도, 가난해도, 잘못을 많이 저질렀어도 누구나 부를 수 있지요.
왜 하필 이름만 부르라고 했을까요
호넨이 살던 때, 사람들은 자기 시대를 '말법'이라 여겼어요. 부처가 세상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아무리 애써도 옛날처럼 깨닫기 어려운 시대라는 뜻이에요.
그런 시대에 어려운 수행만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요? 똑똑하고 여유 있는 사람만 구원받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버려져요. 호넨은 그게 부처의 마음일 리 없다고 봤어요. 정말 모두를 구하려는 부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을 미리 열어 두었을 거라고요. 그 길이 바로 입으로 이름을 부르는 일, 곧 염불이었어요. 다른 수행을 다 제쳐 두고 오직 이것 하나만 한다고 해서 전수염불이라고 불러요.
쉬운 길이라 미움도 받았어요
이 가르침은 들불처럼 번졌어요. 글 모르는 농부도, 죄지은 사람도 "나도 구원받을 수 있구나" 하고 매달렸거든요. 호넨은 이 생각을 정토종이라는 새 종파로 세웠어요.
하지만 오래 공부하고 고되게 수행해 온 기존 절들은 화가 났어요. "그렇게 쉬우면 우리가 한 평생 한 고생은 뭐가 되느냐"는 거지요. 반발이 커지면서 호넨은 결국 일흔넷의 나이에 멀리 귀양까지 가요. 그래도 가르침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의 제자 신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토진종을 열었고, 두 흐름은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큰 불교 종파로 이어지고 있어요.
정리
호넨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어요. '가장 약한 사람도 구원받을 길이 있을까?' 그의 답도 단순했어요. 내 힘으로 애써 올라가는 대신, 나를 구하겠다고 먼저 약속한 부처에게 나를 통째로 맡기는 것.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는 그 맡김을 소리 내어 표현하는 일이었어요. 어려운 걸 억지로 쉽게 바꾼 게 아니라, 힘이 대체 어디서 오는지를 통째로 뒤집어 본 셈이지요. 그래서 800년이 지난 지금도, 무언가를 혼자 다 짊어지려다 지친 사람에게 이 이야기는 가만히 말을 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