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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청제국 4억 인구의 운명을 바꿀 칙령이, 황제 한 명과 청년 학자 두 명의 손에서 나왔어요.
1898년, 25살의 양계초(梁啓超)는 스승 캉유웨이(康有為)와 함께 황제를 찾아갔어요.
캉유웨이는 변법파의 영수, 즉 청나라를 뜯어고치자는 개혁 운동의 중심 인물이었어요.
두 사람이 광서제(光緒帝)에게 내놓은 제안은 하나였어요.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따라 하세요."
메이지유신은 30년 전 일본이 서양 제도를 받아들이며 봉건 국가에서 근대 강국으로 거듭난 개혁이에요.
광서제는 이를 받아들였어요.
1898년 6월부터 황제의 도장이 찍힌 칙령이 매일 쏟아졌어요.
100일 동안 100여 개였어요.
오늘날로 치면 갓 입사한 신입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국정 개혁안을 직접 작성해 결재 받는 상황이에요.
그것도 4억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요.
역사는 이 100일을 무술변법(戊戌變法)이라고 불러요.
망명선이 톈진 항을 떠나던 그 새벽, 양계초의 가장 친한 친구는 베이징의 처형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100일 뒤인 9월 21일, 서태후(西太后)가 쿠데타를 일으켰어요.
서태후는 광서제의 숙모이자 청나라의 실권을 쥔 인물로, 황제가 개혁파와 손잡고 제국을 뒤흔드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서태후는 광서제를 궁 안에 가뒀어요.
그리고 변법에 가담한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양계초는 일본 공사관의 도움으로 간신히 톈진을 거쳐 일본으로 빠져나갔어요.
하지만 동지 담사동(譚嗣同)은 달랐어요.
담사동은 변법 운동에 참여한 여섯 명의 학자, 이른바 변법 6군자 중 한 명이었어요.
도망치자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어요.
"변법은 피로 시작되어야 해."
담사동은 도망치지 않았어요.
처형장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같은 신념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밤에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간 거예요.
도망자의 인쇄기에서 찍혀 나온 잡지가, 30년 뒤 베이징을 점령할 청년들의 첫 책이 됐어요.
일본에 도착한 양계초는 붓을 놓지 않았어요.
1902년, 요코하마에서 잡지 『신민총보(新民叢報)』를 창간하고 『신민설(新民說)』을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신민설의 핵심은 단순해요.
"나라를 바꾸려면 먼저 사람을 바꿔야 해."
제도나 황제를 갈아치우는 게 아니라, 국민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새로운 국민(新民)'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청 정부는 즉시 이 잡지를 금서로 지정했어요.
그런데 금서가 되는 순간, 오히려 더 많이 읽혔어요.
검열된 유튜브 채널이 교실에서 몰래 돌아다니는 필수 콘텐츠가 된 것과 같아요.
이 잡지를 읽은 청년들이 있었어요.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천두슈(陳獨秀),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 후스(胡適), 그리고 마오쩌둥(毛澤東).
세 사람 모두 훗날 "내 사상의 출발점은 양계초였다"고 회고했어요.
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한 책이, 결국 청을 무너뜨린 세대의 교과서가 됐어요.
양계초는 평생 황제 두 명을 만났어요.
한 명에게는 변법을 올렸고, 다른 한 명은 끌어내렸어요.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청제국이 무너졌어요.
신해혁명은 267년 이어진 청나라 왕조를 끝내고 공화국을 세운 혁명이에요.
양계초는 13년의 망명을 끝내고 귀국했어요.
귀국한 그는 위안스카이(袁世凱)의 편에 섰어요.
위안스카이는 중화민국 초대 대총통, 새로 태어난 공화국의 첫 대통령이었어요.
양계초는 그의 내각에서 사법총장과 재정총장을 맡았어요.
그런데 1915년, 위안스카이가 황제에 오르겠다고 선언했어요.
공화국의 대통령이 스스로 황제가 되겠다는 거였어요.
양계초는 그 즉시 글을 썼어요.
제목은 「이재(異哉), 국체문제자」, 번역하면 "이상하도다, 국체 문제여"예요.
공개 비판문이었어요.
자기가 추천하고 함께 일한 사람을 향해 폭로문을 던진 거예요.
양계초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제자 차이어(蔡鍔)와 함께 군대를 일으켜 호국전쟁(護國戰爭)을 시작했어요.
호국전쟁은 위안스카이의 황제 즉위에 맞선 무장 저항이었어요.
위안스카이는 황제에 오른 지 83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어요.
그리고 얼마 뒤 사망했어요.
자기 손으로 밀어 올린 사람을, 자기 손으로 끌어내린 거예요.
17년 전 광서제 곁에서 변법을 설계하던 25살의 청년이, 이번엔 황제가 되려는 자를 무너뜨렸어요.
양계초는 끝까지 황제를 원하지 않았어요.
그가 원한 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83일이라는 숫자가 조용히 말해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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