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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화장실 쥐는 늘 겁에 질려 있었고, 창고 쥐는 당당했다.
스물넷의 이사는 그 차이가 능력이 아니라 장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초나라의 하급 관리였던 이사는 어느 날 관청 뒷간에서 쥐 한 마리를 봤다.
사람과 개가 다가오자 쥐는 혼비백산 달아났다.
그런데 곡식 창고에 들어갔을 때, 또 다른 쥐가 보였다.
그 쥐는 달랐다.
배불리 먹고 있었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사는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렸다. "사람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은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 달렸을 뿐이야."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나왔는데 대기업에 간 친구와 중소기업에 간 친구의 연봉이 세 배 차이 나는 현실.
이사가 본 것은 2300년 전 버전의 그 장면이었다.
이건 '노력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사는 곧장 당대 최고 사상가 순자에게 달려갔다.
순자는 유가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은 본래 악하다"고 주장한 철학자였다. 쉽게 말하면, 사람은 교육과 제도로 다듬어야 비로소 쓸모 있어진다는 생각이었다.
그 가르침을 받은 이사는 가장 강한 나라, 진(秦)으로 향했다.
창고를 골랐으니, 남은 건 그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일뿐이었다.

추방 명단의 맨 위에 자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이사는 추방 정책 자체를 뒤집는 글을 썼다.
기원전 237년, 진왕 정(훗날의 진시황)이 축객령을 내렸다.
타국 출신 관료를 전부 쫓아내라는 명령이었고, 초나라 출신 이사는 그 명단의 정중앙에 있었다.
오늘로 치면, 회사가 '외부 경력직을 전원 정리한다'는 공지를 냈는데 자신이 바로 그 경력직인 상황이다.
이사는 밤새 붓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간축객서(諫逐客書), 축객령을 반대하는 상소문이었다.
논리는 단순했지만 날카로웠다. "진나라가 강해진 건 외국 인재 덕분이었잖아요. 진나라가 듣는 음악도, 쓰는 보석도, 데려온 미녀도 전부 외국산인데, 왜 사람만 쫓아내나요?"
이 글은 중국 역대 최고의 정론문, 즉 나라의 정책을 논한 최고의 글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일 당장 쫓겨날 처지의 남자가 자기 목숨을 걸고 쓴 탄원서였다.
가장 사적인 절박함이 가장 보편적인 명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진왕 정은 축객령을 철회했다.
그리고 이사를 중용했다.

이사는 제국의 모든 사람이 같은 글자를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글자로 쓸 수 있는 내용을 정해버렸다.
진시황의 승상, 오늘날로 치면 총리가 된 이사는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 시스템을 설계했다.
전국에 흩어진 여섯 나라의 서로 다른 문자를 소전(小篆) 하나로 통일했다. 소전은 이사가 정비한 통일 서체로, 이 결정 하나로 말도 글자도 달랐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같은 글을 읽게 됐다.
화폐와 도량형을 표준화하고, 수레바퀴 폭까지 맞춰 전국 도로망을 연결했다.
그런데 그 이사가 분서를 건의했다.
분서는 기원전 213년, 진나라가 공인한 서적 외의 사상서를 조직적으로 불태운 사건이다.
유가 경전을 비롯해 제자백가의 책들이 연기가 됐다.
인터넷을 만들어 모든 사람이 정보에 접근하게 해놓고, 마음에 안 드는 웹사이트를 전부 차단한 것과 같다.
문자를 통일해 소통을 가능하게 한 사람이, 그 문자로 쓰인 책을 불태웠다.
정보의 표준화와 정보의 말살을 같은 사람이 같은 논리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 논리는 언제나 하나였다. "통일을 위한 효율."

형장으로 끌려가는 이사의 입에서 나온 것은 변명도 저주도 아니었다.
고향에서 누런 개와 함께 토끼를 쫓던 오후가 그리웠을 뿐이었다.
진시황이 죽자, 이사는 환관 조고와 손을 잡았다.
황제의 유언을 위조하고, 적장자 부소 대신 어리석은 호해를 2세 황제로 세웠다.
더 다루기 쉬운 황제를 만들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조고는 이사를 이용한 뒤 버렸다.
반역죄를 뒤집어씌웠고, 이사는 기원전 208년 요참형에 처해졌다. 요참형은 허리를 잘라 처형하는 방식으로, 고대 중국에서 가장 잔혹한 형벌 중 하나였다.
그의 가족 3대가 모두 멸해졌다.
형장으로 끌려가던 이사는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와 함께 누런 개를 끌고 상채 동문을 나서서 토끼를 쫓던 일을, 이제 다시는 할 수 없겠구나."
상채는 그가 창고 쥐를 꿈꾸며 등 돌리고 떠나온 고향이었다.
승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이 병원 침대에서 "그때 가족 여행이나 갈걸"이라고 후회하는 장면.
2300년 전에도 그 후회는 있었다.
창고의 쥐가 되겠다며 고향을 떠난 남자가, 죽는 순간 떠올린 건 권력도 제국도 아닌 들판의 토끼 사냥이었다.
결국 그는 창고를 택했고, 창고 안에서 죽었다.
누런 개와 토끼 사냥을 포기하고 얻은 그 창고가, 이사에게 정말 창고였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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