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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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알람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잠금을 풀자마자 뉴스가 쏟아졌다. 출근길에 지도 앱을 켰더니 "7분 더 빠른 경로"를 추천해줬다.
점심시간에 유튜브를 열었더니 딱 내 취향의 영상이 첫 화면에 떠 있었다.
이 모든 순간에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었다.
알고리즘. 뉴스에서, SNS에서, 일상 대화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놀랍게도, 이건 사람 이름이다.
약 1200년 전,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근처에서 태어난 한 수학자. 그의 이름은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 너무 길다고? 줄여서 알콰리즈미라고 부르자. 바로 이 이름이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변형되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이 되었다.
한 사람의 이름이 전 세계 70억 인구가 매일 쓰는 단어가 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때는 9세기. 장소는 바그다드.
지금 바그다드라고 하면 전쟁과 혼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1200년 전의 바그다드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당시 바그다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똑똑한 도시였다.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다. 같은 시기 런던이나 파리의 인구가 몇만 명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규모가 짐작될 것이다.
이 도시의 심장부에 특별한 장소가 있었다. 바이트 알히크마, 번역하면 '지혜의 집'이다.
지혜의 집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오늘날로 치면 구글, MIT, 국립도서관을 합쳐놓은 것 같은 곳이었다.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지도자)가 세계 각지에서 책을 사 모았다. 그리스의 철학서, 인도의 수학책, 페르시아의 천문학 기록. 이걸 전부 아랍어로 번역했다.
상상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인도 수학자의 숫자 체계, 페르시아의 별 관측 기록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다. 그리고 그곳에 세계 각국에서 온 학자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알콰리즈미는 바로 이 지혜의 집에서 일했다.
그는 약 780년에 태어났다. 출생지는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히바 근처, 당시 이름으로 '콰리즘' 지역이다. 알콰리즈미라는 이름 자체가 "콰리즘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서울 출신이면 '서울사람'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는 지혜의 집에서 수학, 천문학, 지리학을 연구했다. 그리고 역사를 바꿀 책 한 권을 썼다.
알콰리즈미가 쓴 책의 제목은 이렇다.
《알자브르 왈무카발라에 관한 간명한 책》
'알자브르(al-jabr)'는 아랍어로 '복원' 또는 '완성'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나중에 유럽으로 건너가서 '알제브라(algebra)', 즉 대수학이 되었다.
잠깐. 대수학이 뭔지 어려울 수 있다.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다.
당신이 시장에 갔다고 하자. 사과 3개와 무언가를 사서 총 1000원을 냈다. 사과 한 개에 200원이다. 그러면 "무언가"의 가격은 얼마일까?
머릿속으로 계산했을 것이다. 사과 3개 = 600원. 1000 - 600 = 400원. 답은 400원.
방금 한 것이 대수학이다. 모르는 것을 x라고 놓고, 아는 것들을 이용해서 x를 찾는 것. 이게 전부다.
알콰리즈미 이전에도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풀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도, 그리스 사람들도 풀었다. 하지만 풀이 방법이 중구난방이었다. 어떤 문제는 기하학적으로, 어떤 문제는 말로 장황하게, 어떤 문제는 그냥 감으로 풀었다.
알콰리즈미가 한 일은 이것이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이 순서로 풀면 반드시 답이 나온다"는 체계적인 방법을 정리한 것.
저울을 떠올려보자. 양쪽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왼쪽 접시에 뭔가를 더하면? 오른쪽에도 같은 것을 더해야 균형이 유지된다. 왼쪽에서 뭔가를 빼면? 오른쪽에서도 빼야 한다.
알콰리즈미는 방정식을 이 저울처럼 다뤘다. 양변에 같은 조작을 해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한 단계씩 모르는 수를 찾아가는 절차를 만들었다. '알자브르'는 한쪽에서 빠진 것을 다른 쪽으로 옮겨 복원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가 정리한 방정식의 유형은 여섯 가지. 오늘날의 수학 기호로 쓰면 1차, 2차 방정식에 해당한다. 중요한 건 유형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대해 반드시 작동하는 풀이 절차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혁명적이냐고?
그 전까지 수학 문제 풀이는 요리사의 감과 비슷했다. 숙련된 요리사는 간을 "대충 이 정도" 맞춘다. 하지만 알콰리즈미는 레시피를 쓴 것이다. "1단계: 이것을 하라. 2단계: 저것을 하라. 3단계: 답이 나온다." 이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수학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이 "단계별 레시피"라는 개념.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의 원형이다.
알콰리즈미는 대수학 책 말고도 중요한 일을 했다. 인도에서 발명된 숫자 체계를 아랍 세계에 소개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쓰는 숫자를 보자. 0, 1, 2, 3, 4, 5, 6, 7, 8, 9. 이 열 개의 기호로 어떤 수든 표현할 수 있다. 23이든, 1,000,000이든, 3.14든.
이 숫자 체계는 원래 인도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혁명적이었던 것은 0(영)의 개념이다.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는 숫자. 로마 숫자(I, V, X, L, C, D, M)에는 0이 없다. 그래서 로마 숫자로 큰 수를 계산하려면 끔찍하게 복잡해진다. MCMXCIV가 뭔지 바로 알 수 있는가? (답: 1994다.)
알콰리즈미는 이 인도 숫자 체계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이를 설명하는 책을 썼다. 이 책이 12세기에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유럽에 전파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번역본의 첫 문장이 대략 이랬다. "알콰리즈미가 말하기를(Dixit Algorismi)..." 유럽 학자들은 이 새로운 계산법을 배우면서, 저자의 이름을 계산법 자체의 이름으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알콰리즈미 방식으로 계산하다"가 "알고리스무스로 계산하다"가 되었고, 이것이 시간이 지나며 알고리즘(algorithm)이 되었다.
사람 이름이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마치 "구글"이 "인터넷 검색하다"라는 동사가 된 것처럼. 하지만 알콰리즈미는 구글보다 1100년 먼저 이 영광을 누렸다.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유럽에 정착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렸다. 처음에 유럽인들은 저항했다. 익숙한 로마 숫자를 놔두고 왜 이상한 기호를 쓰느냐는 것이었다.
13세기 피렌체에서는 아라비아 숫자 사용을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0이라는 숫자를 이용해 장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편리함은 결국 이긴다. 상인들이 먼저 받아들였다. 로마 숫자로 CCXLVII × XXXIX를 계산하는 것과, 아라비아 숫자로 247 × 39를 계산하는 것. 어느 쪽이 빠른지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알콰리즈미가 만든 것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요리 비유로 돌아가자.
"된장찌개 레시피"를 생각해보자. 1단계: 물을 끓인다. 2단계: 된장을 푼다. 3단계: 두부와 호박을 넣는다. 4단계: 한소끔 끓인다. 이 순서를 따르면, 요리를 처음 하는 사람도 된장찌개를 만들 수 있다.
알고리즘도 똑같다. 정해진 순서대로 단계를 밟으면, 누가 하든 같은 결과가 나오는 절차. 이것이 알고리즘의 정의다. 알콰리즈미가 수학 문제에 대해 최초로 체계화한 바로 그것.
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왜 세상을 바꿨을까?
컴퓨터는 사실 바보다. 농담이 아니다. 컴퓨터는 0과 1밖에 모른다. 창의력도 없고, 직관도 없고, 감도 없다. 하지만 "이 순서대로 이것을 하라"는 명령, 즉 알고리즘을 주면? 초당 수십억 번의 계산을 정확하게 해낸다.
구글 검색을 예로 들어보자. 당신이 "맛있는 파스타 만드는 법"을 검색하면, 구글은 수십억 개의 웹페이지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0.5초 안에 보여준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어떤 페이지가 더 좋은 결과인지 판단하는 단계별 절차" — 알고리즘 — 이 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은 어떤가.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경로를 찾아라." 이것도 알고리즘이다. 가능한 경로를 비교하고, 교통 상황을 반영하고, 최적의 답을 단계별로 찾아간다.
넷플릭스가 당신의 취향을 귀신같이 아는 것도, 인스타그램 피드가 매번 달라지는 것도,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피하는 것도, 전부 알고리즘이다.
알콰리즈미는 컴퓨터를 본 적이 없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전기조차 모르던 시대의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정립한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 절차로 풀 수 있다"는 발상은, 1200년이 지난 지금 인류 문명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한 번 보자. 알람을 설정하고, 내일 날씨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를 틀 때. 그 모든 순간에 9세기 바그다드의 한 수학자가 만든 레시피가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알콰리즈미. 우리는 매일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다만 그걸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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