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낯선 동네에 가면 우리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낸다. 파란 점 하나가 내 위치를 알려주고,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벌리면 지구 반대편까지 한눈에 보인다.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이 "당연한 것"이 없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의 모양을 알았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중동의 작은 도시에서 누군가 기가 막힌 방법을 떠올렸다. 교회 바닥에 세계지도를 깔아버린 것이다. 돌멩이 수백만 개를 깎고, 다듬고, 하나하나 끼워 맞춰서.
그 도시의 이름은 마다바.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마다바에 가면 성 조지 그리스정교회라는 작은 교회가 있다. 관광객들은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숙인다. 천장이 아니라 바닥을 보기 위해서다.
바닥에 거대한 그림이 펼쳐져 있다. 팔레스타인,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사해와 요르단 강이 흐르고, 예루살렘 성벽이 보이고, 야자수와 물고기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작은 돌조각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이 바로 마다바 모자이크 지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닥 지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상상해보자. 레고를 떠올리면 된다.
레고 블록 하나가 손톱만 한 돌조각이라고 생각해보자. 이 돌조각을 테세라라고 부른다. 장인들은 석회암, 현무암, 사암 같은 자연석을 정육면체로 깎았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검은색. 자연에서 나는 색을 그대로 살렸다.
이 돌조각 하나하나를 축축한 석회 반죽 위에 올려놓는다. 한 줄, 한 줄, 또 한 줄. 팔레스타인 전체 지도를 채우려면 돌조각이 약 230만 개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크기는 가로 21미터, 세로 7미터. 교실 두 개를 나란히 놓은 크기다. 지금은 약 4분의 1만 남아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입이 벌어진다.
이 작업을 한 사람들은 6세기 비잔틴 제국의 장인들이다. 서기 542년에서 570년 사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 설계도를 그리고, 돌을 깎고, 한 조각씩 끼워 맞추는 데 아마 수년이 걸렸을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다. 이 지도는 "장식"이 아니었다. 교회를 찾아오는 순례자들에게 성경 속 장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교회 바닥에 구글 맵을 설치한 셈이다.
이 놀라운 지도는 오랫동안 세상에서 잊혀져 있었다.
시간을 7세기로 돌려보자. 이슬람 세력이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교회는 무너졌다. 지진도 있었다. 마다바 자체가 폐허가 되었다. 모자이크 지도 위로 흙과 돌이 쌓이고, 수백 년 동안 아무도 그 밑에 뭐가 있는지 몰랐다.
1884년, 상황이 바뀌었다.
오스만 제국의 허가를 받은 그리스정교회 신자들이 마다바에 다시 정착했다. 그들은 옛 교회 터 위에 새 교회를 짓기로 했다. 인부들이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삽이 단단한 것에 부딪혔다. 흙을 걷어내자, 색색의 돌조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냥 예쁜 바닥 장식이려니 했다. 그런데 계속 파니까 강이 보이고, 도시가 보이고, 산이 보였다.
지도였다.
이 발견 소식을 들은 사람이 있었다. 예루살렘의 그리스정교회 총대주교청 사서였던 클레오파스 코이킬리데스. 그는 1897년 이 모자이크의 존재를 학계에 알렸다. 고고학자들이 달려왔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 새 교회를 짓는 과정에서 모자이크의 상당 부분이 이미 훼손되었다. 인부들이 그 가치를 몰랐기 때문이다. 원래 면적의 약 25%만 살아남았다.
그래도 남은 부분만으로 충분히 경이로웠다. 150개가 넘는 지명이 표시되어 있었고, 예루살렘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마다바 지도를 현대 위성 지도와 겹쳐보면 소름이 돋는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상대적 위치, 사해의 모양, 요르단 강의 흐름이 놀랍도록 정확하다. 인공위성도 없고, 비행기도 없던 시대에 어떻게?
비밀은 로마의 도로에 있다.
로마 제국은 도로의 제국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로마인들은 도로를 닦을 때 일정 간격으로 이정표를 세웠다. 이 이정표에는 "여기서 예루살렘까지 얼마", "여기서 다마스쿠스까지 얼마"라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쌓인 이정표 데이터를 모으면 어떻게 될까? 도시 A에서 B까지 몇 킬로미터, B에서 C까지 몇 킬로미터. 이 숫자들을 연결하면 지도가 만들어진다.
요즘으로 치면, 네비게이션 앱이 GPS 신호 대신 "거리 정보"만으로 지도를 그린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마다바 지도 제작자들은 로마 시대의 도로 지도인 타불라 포이팅거리아나(Tabula Peutingeriana) 같은 기존 자료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로마 도로망을 기록한 두루마리 지도로, 마다바 지도보다 좀 더 일찍 만들어졌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마다바 지도에서 사해는 실제보다 좀 더 둥글고, 일부 도시의 위치는 어긋나 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없는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모은 정보로 그린 것이니까.
오히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이렇게 부정확하지?"가 아니라, "어떻게 이 정도까지 정확할 수 있지?"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 지도는 위쪽이 북쪽이 아니다. 동쪽이 위다. 왜 그랬을까?
당시 기독교 세계관에서 동쪽은 에덴동산의 방향이었다. 해가 뜨는 곳. 신성한 방향. 그래서 교회 바닥에 지도를 깔 때 동쪽을 위로 놓았다. 지도라는 것이 단순히 "어디에 뭐가 있나"를 넘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다바를 걸어보면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작은 도시 곳곳에 모자이크가 숨어 있다. 성 조지 교회의 대형 지도만이 아니다. 고고학 공원에 가면 사자, 공작새, 포도덩굴, 사냥 장면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수십 점 펼쳐져 있다. 그래서 마다바의 별명은 "모자이크의 도시"다.
왜 하필 이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모자이크가 있을까? 마다바는 비잔틴 시대에 주교좌가 있던 종교 중심지였다. 부유한 후원자들이 교회와 공공건물을 장식하기 위해 최고의 장인을 불러모았다. 도시 전체가 일종의 "예술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여기서 한 발짝 물러서 생각해보자.
1,500년 전 사람들은 왜 이 엄청난 노력을 들였을까? 돌 230만 개를 깎는 것은 미친 짓에 가깝다. 한 줄 잘못 놓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들이 바닥에 깐 것은 돌이 아니었다. "세상은 이렇게 생겼어"라는 자신들의 이해를 깐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구글 맵,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우리 시대의 사람들도 세상의 모양을 기록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인공위성을 쏘고, 자동차에 카메라를 달아 거리를 촬영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도구가 돌에서 위성으로 바뀌었을 뿐, 본능은 같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다."
마다바의 장인들과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1,50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정확히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는 것이다.
요르단에 갈 일이 생긴다면, 페트라와 사해만 보지 말고 마다바에 들러보자. 작은 교회 안에 들어서서 바닥을 내려다보는 순간, 1,500년 전 장인의 손끝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주머니 속 스마트폰의 지도 앱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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