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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수학은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벽한 예술이어야 한다고 믿은 남자가 있습니다.
영국의 수학자 고드프리 하디는 수학이 무언가에 '쓰인다'는 사실을 지독하게 싫어했습니다.
그는 수학을 공학이나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추잡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에게 수학은 화가의 그림이나 시인의 시와 같은 순수 예술이었습니다.
"수학자의 패턴은 화가나 시인의 패턴처럼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철학이었습니다.
여기서 순수 수학이란 실제 세상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숫자 그 자체의 논리와 구조를 탐구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인류의 실생활에 단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그는 "내가 한 발견 중 단 하나도 세상을 더 편리하게 하거나, 더 나쁘게 만드는 데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 앱을 만들거나 다리를 건설할 때 수학을 쓰는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셈입니다.
결국 하디에게 수학은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고결한 정신의 유희였습니다.
그는 숫자들이 이루는 완벽한 질서 속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찾으려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고집은 역사상 가장 순수했던 수학의 시대를 열어젖혔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하디의 책상 위에 놓인 누덕누덕한 편지 한 통이 전 세계 수학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그 편지는 인도의 일개 회계 서기였던 라마누잔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편지 안에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기괴하고 아름다운 공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처음에 하디는 이 편지를 사기꾼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식을 하나하나 뜯어본 순간, 그는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공식들은 도저히 가짜일 수가 없다, 이를 꾸며낼 수 있을 만큼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확신했습니다.
하디는 즉시 이름도 모르는 이 인도 청년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엄격한 증명을 중시하던 서구 수학의 정점 하디와, 직관만으로 정답을 찾아내던 야생의 천재 라마누잔의 만남이 성사된 것입니다.
증명이란 어떤 수학적 결론이 왜 옳은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수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파트너십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하디는 훗날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 한 마디로 답했습니다.
"나의 가장 큰 발견은 바로 라마누잔입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하디는 평생 자기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마주하지 못할 만큼 지독한 결벽과 수줍음을 가졌습니다.
그는 호텔에 묵을 때면 가장 먼저 수건으로 방 안의 모든 거울을 가려버렸습니다.
자신의 외모를 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했던 이 남자는 오직 숫자의 세계에서만 자유를 느꼈습니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디는 신이 자신을 괴롭히려고 안달이 났다고 믿으며, 신과 기묘한 심리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크리켓 경기가 있는 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랄 때는 일부러 비옷과 우산을 챙겨 나갔습니다.
"내가 우산을 챙겼으니 신은 내가 비를 대비했다고 생각하고, 나를 골탕 먹이려고 비를 내리지 않을 거야"라는 논리였습니다.
이처럼 그는 세상을 자신과 신이 벌이는 거대한 크리켓 경기처럼 대했습니다.
크리켓은 영국에서 시작된 야구와 비슷한 스포츠로, 하디가 수학만큼이나 사랑했던 유일한 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머러스한 행동 뒤에는 깊은 고독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사람들과 악수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그는 오직 수학이라는 언어를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젊은이의 게임이다"라는 말은 하디가 남긴 가장 잔인하고도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는 수학적 창의성이란 마흔이 넘으면 급격히 소멸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자신의 천재성이 마모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그에게 사형 선고와도 같았습니다.
노년에 접어든 하디는 더 이상 새로운 수학적 발견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수학 인생을 정리하며 수학자의 변명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수학이 왜 아름다운지, 그리고 왜 수학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담은 가장 우아한 고백록으로 꼽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디가 그토록 거부했던 '쓸모'가 그의 사후에 증명되었습니다.
그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정수론은 오늘날 현대 보안의 핵심인 암호 기술이 되었습니다.
정수론은 소수(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을 뜻합니다.
우리가 인터넷 뱅킹을 하거나 메시지를 암호화할 때, 하디가 사랑했던 그 '쓸모없는' 숫자들의 규칙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는 수학을 위한 수학을 했지만, 그 순수한 열정이 결국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된 셈입니다.
자신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면, 하디는 거울을 가리던 수건을 내리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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