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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모리스 윌킨스는 인류를 멸망시킬 뻔한 무기를 만들다가, 돌연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 폭탄을 만드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유망한 물리학자였습니다.
하지만 히로시마에 폭탄이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후, 그는 과학이 죽음의 도구가 되는 현실에 깊은 환멸을 느꼈습니다.
"내가 배운 과학이 고작 사람을 죽이는 데 쓰여야 하나?"
이 질문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파괴의 물리학을 뒤로하고,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는 생물학의 세계로 망설임 없이 망명을 떠났습니다.
그는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계도를 찾고 싶어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유전 정보의 본체라고 부르는 DNA입니다.
물리학자의 정교한 시선으로 생명의 암호를 풀겠다는 그의 도전은 그렇게 속죄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랍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던 사진 한 장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라이벌의 손에 들어갔고, 이는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자 가장 뼈아픈 배신이 되었습니다.
그 사진의 이름은 사진 51호였습니다.
이 사진은 X선을 쏘아 물질의 내부 구조를 촬영하는 기술로 찍은 DNA의 결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윌킨스의 동료이자 천재적인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이었습니다.
당시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같은 연구소에서 일했지만, 서로를 협력자가 아닌 방해꾼으로 여길 만큼 사이가 나빴습니다.
윌킨스는 그녀를 자신의 조수 정도로 생각했고, 프랭클린은 그의 고압적인 태도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결국 윌킨스는 프랭클린이 공들여 얻은 사진을 몰래 꺼내 경쟁 관계에 있던 제임스 왓슨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을 본 왓슨은 큰 충격을 받으며 "내 입이 쩍 벌어지고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 사진 한 장에 DNA가 꽈배기처럼 꼬인 이중나선 형태라는 명확한 증거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1962년 스웨덴 스톡홀름, 세 명의 남자가 화려한 노벨상 무대에 올랐지만 정작 그 무대의 주인공이어야 할 여성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윌킨스는 왓슨, 크릭과 함께 생명의 비밀을 푼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참고했던 결정적 단서의 진짜 주인인 프랭클린은 수상 명단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노벨상은 죽은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원칙이 그녀의 이름을 가로막았습니다.
프랭클린은 연구 도중 노출된 방사선 때문에 암에 걸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승리한 세 남자의 이름만을 교과서에 큼지막하게 적어 넣었고, 그녀의 공헌은 긴 세월 동안 가려졌습니다.
윌킨스는 평생 이 영광스러운 상을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짐으로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공로가 타인의 희생과 무단 도용이라는 불편한 진실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상대 위에서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사진 한 장의 무게를 견디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든 윌킨스는 노벨상 수상자라는 화려한 명성 대신 '과학자의 양심'을 지키는 외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원자 폭탄을 만들었던 과오와 동료의 연구를 가로챘다는 비판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과학 기술이 인류를 해치는 데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평화 운동에 남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과학자 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핵무기 반대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과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따뜻한 예술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철학이었습니다.
그는 강연할 때마다 자신의 업적을 뽐내기보다 과학자가 가져야 할 도덕적 태도를 후배들에게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DNA 구조가 나중에 생명 윤리를 위협하는 위험한 도구가 될까 봐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결국 그는 생명의 암호를 푼 영웅이기보다, 그 암호가 올바르게 쓰이길 바랐던 한 명의 수호자로 남길 원했습니다.
그의 삶은 화려한 발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책임을 지는가'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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