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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필즈상을 받은 첫 여성 수학자는, 어릴 때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꿈은 소설가였어요.
1977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마리암 미르자하니는 책에 빠진 아이였어요.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그녀는 수학 문제보다 소설 속 인물들과 더 가까웠어요.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항상 "소설가요"라고 답했죠.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테헤란의 여학생 영재학교 파르자네간(Farzanegan)에 입학하면서 방향이 바뀌었어요.
단짝 친구 로야 베헤시티와 함께 수학 동아리에 우연히 들어갔거든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들어간 동아리였는데, 그게 전부를 바꿔버렸어요.
수학이 재미있다는 걸 깨달은 뒤, 미르자하니는 빠르게 달렸어요.
1994년과 1995년, 이란 여성 최초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출전했어요.
IMO는 전 세계 수학 영재들이 국가 대표로 겨루는 대회예요.
첫해 금메달, 이듬해 또 금메달이었어요.
그것도 1995년에는 만점으로요.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아이가, 세계에서 수학을 가장 잘 하는 10대가 된 거예요.

21살의 미르자하니는 그날 버스에서 살아 돌아온 몇 명 중 한 명이었어요.
동급생 7명은 그 길에서 죽었어요.
1998년 2월, 이란 최고의 이공계 명문 셰리프 공과대학 수학 영재들을 태운 버스가 있었어요.
버스는 눈 덮인 산악 도로를 달리다 추락했어요.
그 자리에서 7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희생된 학생들은 그냥 같은 학과 학생들이 아니었어요.
IMO 금메달리스트들, 이란 수학계가 가장 기대하던 세대였어요.
이란 수학계 전체가 한 세대를 한 번에 잃은 비극으로 기록됐어요.
미르자하니는 살아남았어요.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같은 대회에 나갔던 친구들이 없는 자리에 혼자 남은 거예요.
그녀가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기록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 뒤 그녀의 행보는 분명했어요.
셰리프를 졸업한 뒤, 미르자하니는 미국 하버드로 떠났어요.
수학의 중심부로 걸어 들어간 거예요.

미르자하니의 어린 딸은 엄마가 일할 때마다 한 가지로만 표현했어요.
"엄마, 또 그림 그려?"
맞아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의 작업 공간은 책상이 아니었어요.
그녀는 신문지 크기의 거대한 흰 종이를 거실 바닥에 펼쳐놓고, 그 위를 기어다니며 수학을 했어요.
연필로 곡선과 다각형, 복잡한 도형들을 낙서처럼 그려가며 사고를 정리했어요.
미르자하니가 연구한 분야는 리만 곡면과 모듈라이 공간이에요.
리만 곡면은 굽어 있는 면 위의 기하학이에요.
평평한 종이가 아니라 도넛 표면처럼 구부러진 공간에서 작동하는 수학이에요.
모듈라이 공간은 그런 곡면들을 한데 모아 분류해놓은 공간이에요.
도서관에 같은 종류의 책들을 정리해두듯, 비슷한 구조의 곡면들을 한 목록에 묶어놓은 거예요.
수학 안에서도 직관이 가장 먹히지 않는 영역이에요.
그래서 미르자하니는 실제로 그림을 그렸어요.
딸이 문가에 서서 "또 그림 그려?"라고 물을 때, 바닥 위의 그 낙서들은 수학자들이 수십 년간 풀지 못한 문제로 가는 길이었어요.

1936년 시작된 필즈상은, 78년 동안 한 번도 여성에게 가지 않았어요.
그 벽을 깬 사람은 3년 뒤 세상을 떠났어요.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이에요.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최대 4명에게만 수여되는데, 40세 이하에게만 줘요.
"지금 가장 앞서가는 젊은 수학자"를 선택하는 상이에요.
2014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에서 미르자하니가 그 상을 받았어요.
리만 곡면과 모듈라이 공간 연구가 수학의 지형 자체를 바꿨다는 이유로요.
1936년 이후 78년간 여성에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상이 처음 여성 손에 들어온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수상 당시, 미르자하니는 이미 유방암과 싸우고 있었어요.
3년 뒤인 2017년 7월, 그녀는 40세에 세상을 떠났어요.
죽음 뒤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이란 신문들은 그녀가 살아 있을 때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1면에 실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같은 사진이 그대로 1면에 올라왔어요.
살아서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 죽어서야 가능해진 거예요.
그녀가 남긴 모듈라이 공간 연구는 지금도 전 세계 수학자들이 따라가는 길이 됐어요.
소설가가 꿈이던 소녀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 곡선을 그리던 수학자가, 78년의 벽을 깨고 40세에 떠난 사람이 남긴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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