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렐만이 100만 달러를 거절한 이유
페렐만이 100년 난제를 인터넷에 그냥 올렸다
2002년 11월, 한 수학자가 100년짜리 난제의 답을 인터넷에 조용히 올려놨어요.
보도자료도 없었고, 댓글도 없었어요.
학술지에 투고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리 페렐만은 자신의 논문을 arXiv라는 사이트에 그냥 업로드했을 뿐이에요.
arXiv는 누구나 무료로 논문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사전 공개 플랫폼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노벨상급 발견을 학술지 대신 블로그에 올린 것과 다름없어요.
그가 푼 문제는 푸앵카레 추측이에요.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기한 이 문제는, "3차원 공간의 어떤 도형이 구(球)와 같은 모양인지 수학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를 묻는 위상수학의 난제예요.
쉽게 말하면 우주의 근본적인 형태를 수식으로 증명하는 문제인데, 100년간 아무도 풀지 못했어요.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2000년에 이런 난제 7개를 골라 각각 100만 달러 상금을 걸었어요.
푸앵카레 추측이 그 중 하나였어요.
학자 평생의 업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를 고르는 게 정상이에요.
하지만 페렐만은 가장 조용한 채널을 골랐어요.
수학계는 몇 년이 지나 다른 수학자들이 그 논문을 꼼꼼히 읽고서야 "이거... 맞는 것 같은데?"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페렐만은 필즈상을 거절한 첫 수학자였다
필즈상은 70년 동안 단 한 명에게도 거절당한 적이 없었어요.
페렐만이 그 한 명이 됐어요.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이에요.
수학에는 노벨상이 없기 때문에 수학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통해요.
1936년 제정 이래 한 번도 수상자가 거절한 적이 없었어요.
2006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에서 페렐만의 이름이 호명됐어요.
그런데 그는 행사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어요.
국제수학연맹 회장 존 볼이 직접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찾아가 설득하려 했어요.
결과는 거절이었어요.
페렐만은 인터뷰에서 이유를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동물원의 동물처럼 전시되고 싶지 않아요."
회사 창립 이래 모든 입사자가 받아온 신입 환영상을 누군가 처음으로 "됐어요"라고 한 격이에요.
그것도 직접 찾아온 회장에게요.
페렐만이 11억 원을 거부한 진짜 이유
페렐만이 11억 원을 거절한 건 돈을 싫어해서가 아니었어요.
명단이 틀렸기 때문이었어요.
2010년,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페렐만의 증명을 공식 인정하고 100만 달러를 수여하기로 했어요.
당시 환율로 약 11억 원이었어요.
페렐만은 이것도 거절했어요.
보통 상금 거절은 "돈에 관심 없다"는 결백의 표현이에요.
하지만 페렐만의 거절은 달랐어요.
리처드 해밀턴이라는 미국 수학자가 있었어요.
그가 만든 '리치 흐름' 이론이 없었다면 페렐만의 증명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리치 흐름은 3차원 공간의 구조를 마치 열이 퍼지듯 수학적으로 변형시켜 분석하는 도구예요.
페렐만은 해밀턴의 기여가 자신만큼 인정받지 못한 결정이 부당하다고 봤어요.
동료의 공이 누락된 단체상 명단을 보고 "그럼 저도 안 받겠습니다" 하는 것과 같았어요.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우주를 다스리는 법을 알아요. 100만 달러를 쫓을 이유가 어디 있나요?"
돈의 거절이 아니라, 수학계의 윤리에 대한 항의였어요.
페렐만은 수학을 영원히 떠나 어머니 곁으로 갔다
문제를 푼 페렐만이 한 일은 단 하나, 사라지는 것이었어요.
1990년대, 페렐만은 미국 버클리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어요.
프린스턴, 스탠퍼드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이 교수직을 제안했어요.
모두 거절하고 1995년 러시아로 돌아갔어요.
푸앵카레 증명 이후에는 아예 수학계를 완전히 떠났어요.
2005년, 그는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를 사직했어요.
스테클로프는 소련 시절부터 이어온 러시아 최고의 수학 연구기관이에요.
그 뒤로는 학회도, 강연도, 인터뷰도 모두 거부했어요.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외부에 알려진 그의 일상은 산책과 클래식 음악 감상이 전부예요.
100년 난제를 푼 사람이 그 분야의 모든 보상을 동시에 버렸어요.
명예도, 돈도, 직업도.
회사에서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올린 직원이 보너스도, 승진도, 임원직 제안도 거부하고 사표 낸 뒤 본가로 들어간 것과 같아요.
그런데 그 직원이 자기 방에서 뭘 하는지, 아직도 그 일을 계속 생각하는지, 아무도 몰라요.
페렐만도 그래요.
그가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딘가를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수학은 그에게 이미 끝난 이야기인지, 아니면 여전히 혼자만의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는지, 아무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