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밀라레파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아버지는 죽기 전 형제에게 부탁했다.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재산을 맡아 달라고.
그것이 실수였다.
삼촌 부부는 기다리지 않았다.
집 안의 가축과 곡식, 토지와 귀금속을 자기 것으로 옮겼다.
밀라레파의 어머니 냥차 갈첸과 누이는 자기 집에서 하인 취급을 받았다.
끼니도 제때 받지 못했다.
밀라레파가 성인이 되어 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삼촌은 그를 쫓아냈다.
냥차 갈첸은 아들 앞에 섰다.
그녀의 눈에 눈물은 없었다.
"복수하지 못하면 내 눈앞에서 자결하겠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들의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은 직물을 팔았다.
그리고 흑마법을 배워 오라고 내보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살인을 명한 것이다.
밀라레파는 길을 떠났다.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가 돌아오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 아주 오랫동안.
주술사 윙퉁 트로겔은 밀라레파를 받아들였다.
밀라레파는 빠르게 배웠다.
스승조차 놀랄 만큼.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
삼촌의 아들 결혼잔치 날이 다가왔다.
집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음악이 울리고 음식이 돌았다.
밀라레파는 그날 멀리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가 건 저주로 집이 무너졌다.
결혼식 하객 서른다섯 명이 죽었다.
삼촌과 삼촌 부인은 살아남았다.
그것이 밀라레파를 더 괴롭혔는지, 아니면 안도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우박이었다.
마을 전체의 보리밭에 우박 주술을 내렸다.
수확철 직전, 다 자란 보리가 하루 만에 초토화됐다.
복수는 완성됐다.
냥차 갈첸은 살아 있었다.
아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밀라레파는 그때부터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훗날 고백했다.
서른다섯 명의 죽음이 눈앞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르파는 인도에서 불교 밀교를 직접 배워온 번역가였다.
당시 티베트에서 그의 명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밀라레파는 그에게 갔다.
죄를 씻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마르파는 그를 보더니 말했다.
가르침을 주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탑을 지으라고 했다.
밀라레파는 돌을 날랐다.
혼자서.
산비탈에서 돌을 찾아 등에 지고 올라갔다.
손이 갈라졌다.
등에 상처가 생겼다.
탑이 완성됐다.
마르파는 탑을 보더니 말했다.
"내가 언제 시켰느냐."
허물어라.
밀라레파는 허물었다.
그리고 다시 쌓았다.
마르파는 다시 부쉈다.
이 과정이 세 번 이상 반복됐다.
탑의 위치마다 다른 이유를 댔다.
처음엔 동쪽이 틀렸다고.
다음엔 형태가 잘못됐다고.
밀라레파의 등에는 돌을 나르며 생긴 상처가 겹겹이 쌓였다.
살이 벗겨진 자리에 새 살이 돋고, 그 위에 다시 상처가 났다.
그가 무릎을 꿇고 등을 보여줄 때 마르파의 아내 다그메마가 울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마르파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것이 고행인지, 시험인지, 아니면 마르파 나름의 방법으로 무언가를 뽑아내는 과정이었는지 — 밀라레파는 오래 후에야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저 버텼다.
가르침은 그 이후에야 왔다.
마르파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뒤, 밀라레파는 히말라야 동굴로 들어갔다.
혼자였다.
음식은 동굴 입구에 자라는 쐐기풀이었다.
쐐기풀은 먹을 수 있다.
영양가는 거의 없다.
뜨거운 물에 삶으면 쓴맛이 조금 줄어든다.
밀라레파는 그것만 먹었다.
수년간.
처음에는 몸이 버텼다.
그다음엔 버티는 것 자체를 잊어버렸다고 후에 말했다.
그의 피부는 녹색으로 변했다.
쐐기풀의 엽록소가 살 속에 스몄다.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것처럼 보였다.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자랐다.
어느 날 사냥꾼들이 동굴 안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들은 귀신이라고 생각했다.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사람임을 알았다.
기록은 이 장면을 짧게 전한다.
사냥꾼들이 가지고 있던 음식을 남겨두고 달아났다고.
밀라레파가 그 음식을 먹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명상은 계속됐다.
그가 동굴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상태에 이르렀는지는 언어로 전달이 어렵다.
티베트 불교에서 그것은 '툼모', 내열 수행이라 불린다.
영하의 기온에서 몸의 열을 생성하는 것.
그가 그것을 완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살아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동굴에서 나온 밀라레파는 다시 세상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칼이나 주술이 아니었다.
노래였다.
그는 티베트 각지를 돌아다니며 도하를 불렀다.
도하는 즉흥으로 부르는 교훈시다.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그 자리의 상황, 만난 사람, 눈앞의 풍경이 곧 노래가 된다.
그의 노래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살인.
어머니의 명령.
마르파의 탑.
동굴의 쐐기풀.
숨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였다.
제자들이 생겼다.
그 중 레충파라는 제자가 노래들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모이고 모여 편찬된 것이 '밀라레파 십만 가요'다.
제목처럼 정확히 십만 편인지는 알 수 없다.
티베트 문학 전통에서 '십만'은 종종 '셀 수 없이 많다'는 뜻으로 쓰인다.
어느 쪽이든 — 방대했다.
그리고 1488년, 창뇽 헤루카가 밀라레파의 전기 '밀라 남타르'를 편집했다.
이 책은 티베트 문학사에서 단일 저작으로 가장 널리 읽힌 책이 됐다.
사원에서도 읽혔고, 천막 안에서도 읽혔고, 문자를 겨우 아는 유목민들 사이에서도 구전됐다.
살인자의 이야기가 성자의 이야기가 됐다.
아니, 더 정확히는 — 살인자였기 때문에 성자의 이야기가 됐다.
밀라레파가 가르침을 구하러 처음 마르파를 찾아갔을 때, 마르파는 그를 쫓아내지 않았다.
대신 탑을 짓게 했다.
나중에 마르파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저지른 업(業)이 워낙 무거워, 보통의 방법으로는 녹지 않았을 것이다."
밀라레파의 마지막 모습은 기록에 없다.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가 죽은 뒤 제자들이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고 한다.
초록빛 피부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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