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코드를 지우개처럼 고치는 가위 -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우리 몸속 DNA는 30억 개의 글자로 쓰인 설명서인데, 오타가 나면 못 고쳤어
너희 집에 있는 백과사전을 떠올려봐. DNA는 그것보다 훨씬 두꺼운 설명서야. A, T, G, C 네 글자로만 쓰인 30억 개 분량의 거대한 매뉴얼이지. 이 설명서대로 우리 몸이 만들어져. 그런데 만약 여기에 오타가 하나라도 있으면? 예를 들어, 6번 염색체 11번째 위치에 있어야 할 'A'가 'T'로 바뀌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이라는 병에 걸려. 적혈구가 초승달 모양으로 찌그러지면서 평생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돼. 2000년대 초반까지 과학자들은 이 오타를 발견할 순 있었지만, 고칠 방법이 없었어. 30억 개 중에서 딱 그 한 글자만 찾아서 바꾸는 게 불가능했거든. 마치 서울 전체에서 특정 벽돌 하나만 골라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