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가 물리책에서 그림을 지운 이유
라그랑주는 물리책 첫 장에 '그림이 없다'고 자랑했다
라그랑주의 물리책 서문 첫 줄에는 당시로선 말도 안 되는 자랑이 하나 적혀 있어요.
"이 책에는 어떤 도형도 없다."
뉴턴이 1687년 펴낸 『프린키피아』는 근대 물리학의 출발점이 된 책이에요.
힘의 방향을 화살표로, 물체의 궤적을 곡선으로 그리는 방식, 즉 도형으로 운동을 설명하는 문법을 처음 확립한 책이거든요.
이후 모든 물리학책은 그 방식을 따랐어요.
그런데 라그랑주는 그 문법을 통째로 지워버렸어요.
요리책에 사진이 한 장도 없는데 "이게 훨씬 더 정확하다"고 선언하는 셰프를 떠올려보세요.
그가 1788년에 펴낸 『해석역학』(Mécanique analytique)이 딱 그런 책이에요.
역학이란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루는 학문인데, 라그랑주는 그걸 도형 없이 방정식만으로 써냈어요.
그리고 그게 진짜로 더 강력했어요.
도형은 특정 순간의 모습만 보여줘요.
하지만 수식은 모든 상황에 통하는 법칙을 담아요.
오늘날 물리학자와 공학자가 계산하는 방식의 뿌리가 바로 이 책 한 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