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피어가 로그보다 매달린 종말론과 마법사 소문
네이피어는 검은 닭으로 도둑을 잡았다
근대 계산법을 발명한 남자는 동네에서 마법사로 불렸어요.
1590년경, 존 네이피어는 에든버러 외곽 메르키스턴 성의 영주였어요.
성주면 체통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검은 망토를 즐겨 입고 흑마술 책을 탐독했죠.
어느 날 하인 중 누군가 물건을 훔쳤어요.
범인을 가려내야 했는데, 네이피어가 꺼낸 방법이 기가 막혔어요.
어두운 방 안에 검은 닭 한 마리를 넣어두고, 하인들에게 한 명씩 들어가 닭을 만지고 나오라고 시킨 거예요.
비결은 단순했어요.
닭 깃털에 미리 검댕을 잔뜩 발라뒀거든요.
당연히 닭을 만지면 손에 검댕이 묻어요.
그런데 정작 찝찝한 게 있던 사람은 안 만지고 나왔겠죠.
손이 깨끗한 사람이 범인이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거짓말 탐지기를 연결했다"고 선언한 뒤 실제론 그냥 악수를 청하는 상황이에요.
도구가 아니라 도구에 대한 두려움이 자백을 끌어낸 거죠.
그런데 이 시대는 마녀 재판의 시대였어요.
검은 망토, 낯선 실험들, 알아들을 수 없는 계산 기호들.
동네 사람들 눈에 네이피어는 과학자가 아니라 흑마술사였어요.
정작 마녀사냥이 판치던 시절에, 미래의 수학 혁명을 준비하던 사람이 마녀로 의심받고 있었던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