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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13년 겨울, 장태염은 대총통이 직접 수여한 훈장을 부채 끝에 매달고 위안스카이의 사저로 걸어갔어요.
이등가화훈장은 중화민국 정부의 최고 영예 중 하나예요.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국가공로훈장이에요.
그 훈장을 목에 걸거나 서랍에 넣는 대신, 부채 손잡이에 철렁거리게 달고 간 거예요.
회사에서 올해의 직원상을 받은 직원이 그 표창장을 쓰레기통 손잡이에 달고 사장실 문을 두드린 것과 같아요.
위안스카이는 당시 중화민국의 대총통이에요.
군사력으로 권력을 잡은 뒤, 학자와 지식인들에게 훈장을 나눠주며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어요.
장태염은 그 훈장이 도착하자마자 욕 한바탕의 소품으로 활용해버렸죠.
그날 위안스카이 앞에서 뭐라고 욕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결과는 명확해요.
그는 곧 3년 가까이 가택연금에 처해졌어요.
그게 그의 첫 번째 감금이 아니었어요.
이미 10년 전에도 그는 감옥에 간 적이 있어요.

청대 학문의 정통을 가르치던 학자가 어느 새벽, 가위를 들어 자기 머리 뒤의 변발을 잘랐어요.
변발은 그냥 헤어스타일이 아니에요.
청나라가 한족에게 강요한, 황제에 대한 충성의 물리적 표식이에요.
변발을 거부하거나 잘라내면 반역죄였어요.
스스로 가위를 든다는 건 "나는 이 나라에 더 이상 충성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몸으로 쓴 반역 선언서였죠.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고문경학(古文經學)의 대표 학자였어요.
고문경학은 한나라 이전, 그러니까 2000년도 더 된 원전 텍스트를 그대로 읽고 해석하는 학풍이에요.
"가장 오래된 원본만이 진짜"라고 믿는, 청대 학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학파였죠.
평생 사규를 가장 열심히 연구해온 베테랑 직원이 어느 날 사원증을 찢어버린 거예요.
청조의 가장 정통적인 학문을 가르치던 사람이, 청조의 가장 상징적인 표식을 가장 먼저 잘라냈어요.
1900년 무렵, 그는 가위를 내려놓고 일본으로 망명을 떠났어요.

장태염은 신문에 다섯 글자를 썼어요.
"재첨, 그 어린 광대."
그 한 줄이 그를 3년간 감옥에 가두었어요.
1903년, 상하이 조계에서 발행되던 소보(蘇報)에 그 글이 실렸어요.
조계는 청나라 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이 관할하는 치외법권 구역이에요.
당시 지식인들이 황실을 비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어요.
광서제(光緖帝)의 본명은 재첨(載湉)이에요.
장태염은 황제를 본명으로 직접 부른 것도 모자라, '소축(小醜)'이라는 글자를 붙였어요.
소축은 '어린 광대'라는 뜻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현직 대통령 실명 앞에 "철없는 어릿광대"를 붙여 신문 1면에 낸 거예요.
청 조정은 당황했어요.
조계 안이라 직접 군대를 보낼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영국 영사부와 협의해 그를 끄집어냈고, 장태염은 3년간 조계 감옥에 갇혔어요.
하지만 감옥에서도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이 사건이 근대 중국 언론사의 출발점이 된 건, 펜 하나로 황제를 광대로 만든 그 용기가 이후 수많은 문인들에게 길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노신(魯迅)은 평생 단 한 사람을 스승이라 불렀어요.
훈장을 부채 장식으로 달고, 황제를 광대라 욕하던 그 미친 학자, 장태염이에요.
일본 도쿄 망명 시절, 장태염은 다다미방에서 강의를 열었어요.
칠판도 없고 교탁도 없는 작은 방이었어요.
혁명 단체 동맹회의 기관지 민보(民報)를 주재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젊은 망명객들을 앉혀 고전을 가르쳤어요.
동맹회는 손문이 이끈 혁명 조직으로, 청조를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세우려 했어요.
노신은 그 다다미방 청중 중 한 명이었어요.
그는 훗날 「아Q정전」으로 중국 사회를 뼈아프게 풍자한 작가인데, 임종 직전까지 장태염을 스승이라 불렀어요.
5·4운동을 이끈 청년들도 상당수가 그 강의실 출신이에요.
5·4운동은 1919년에 일어난 반제국주의 문화혁명으로, 한문 대신 일상어로 글을 쓰자는 운동이기도 했어요.
현대 중국의 사상적 출발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여기에 묘한 아이러니가 있어요.
장태염이 가르친 건 2000년 된 고전 원전이에요.
가장 낡고 보수적인 학문을 가르친 사람이, 가장 새로운 문화혁명의 세대를 길러냈어요.
훈장을 부채에 달던 사람, 변발을 스스로 자르던 사람, 황제를 광대라 부르던 사람.
그가 다다미방에서 2000년 된 책을 펼쳐 가르칠 때, 그 앞에 앉은 청년들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요.
아마 글자가 아니라, 두려움 없이 사는 법을 보고 있었을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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