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어렸을 때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뉴턴이 나무 아래 앉아 있다가 사과에 머리를 맞고 "아하! 중력!"을 외쳤다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면, 사과는 뉴턴의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았다. 뉴턴 본인도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진짜 이야기는 이것보다 훨씬 이상하고, 훨씬 대단하다.
1665년, 영국 전역에 페스트가 퍼졌다.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문을 닫았다. 스물셋의 뉴턴은 할 수 없이 고향 울스소프 농장으로 돌아갔다. 대학도 못 가고, 선생님도 없고, 실험실도 없었다.
그냥 시골집에 틀어박힌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답답해하며 시간을 죽였을 것이다. 뉴턴은 달랐다. 이 18개월 동안 그는 혼자서 세 가지를 해냈다.
첫째, 미적분을 발명했다. 둘째, 빛이 여러 색의 합성이라는 걸 증명했다. 셋째, 만유인력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18개월 만에 물리학, 수학, 광학의 기초를 동시에 닦아버린 것이다. 참고로, 이때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없었다. 혼자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던 덕분일지도 모른다.
사과 이야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뉴턴의 친구 윌리엄 스터클리가 훗날 회고록에 적었다. 뉴턴이 정원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왜 사과는 옆으로 가지 않고 항상 아래로 떨어질까?"를 생각했다고. 머리에 맞은 게 아니라, 그냥 본 것이다.
하지만 "봤다"보다 "맞았다"가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니까, 사람들이 덧붙인 것이다.
중요한 건 사과가 아니다. 뉴턴이 던진 질문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힘과 달이 지구를 도는 힘이 같은 힘이 아닐까?" 아무도 이런 질문을 한 적 없었다. 하늘의 법칙과 땅의 법칙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모두가 믿던 시대였다.
뉴턴이 남긴 것 중 가장 유명한 건 운동 법칙 세 가지다. 이걸 이해하면 자동차가 왜 멈추고, 로켓이 왜 날고, 당신이 왜 버스에서 넘어지는지 전부 설명할 수 있다.
제1법칙: 가만히 있는 건 가만히 있고 싶고, 움직이는 건 계속 움직이고 싶다.
버스가 갑자기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린다. 왜? 버스는 멈췄지만, 당신의 몸은 아직 앞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몸은 "나는 계속 앞으로 가고 싶은데?"라고 투정부리는 중이다. 이걸 관성이라고 부른다.
물체는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하던 대로 계속한다. 안전벨트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차가 멈춰도 당신의 몸은 멈추지 않으니까.
제2법칙: 무거운 건 밀기 어렵고, 가벼운 건 밀기 쉽다.
같은 힘으로 축구공과 볼링공을 찬다고 생각해 보자. 축구공은 날아가고, 볼링공은 굴러갈까 말까 한다. 같은 힘인데 결과가 다르다. 무게(정확히는 질량)가 다르기 때문이다.
뉴턴은 이걸 한 줄로 정리했다. F = ma. 힘(F)은 질량(m) 곱하기 가속도(a)다. 무거울수록 같은 가속도를 내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다. 단순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공식으로 다리의 하중, 비행기의 이륙 속도, 엘리베이터의 모터 출력을 전부 계산할 수 있다.
제3법칙: 밀면 밀려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벽을 밀어본 적 있는가? 벽을 밀면, 벽도 당신을 밀어서 뒤로 굴러간다. 당신이 벽을 민 것과 똑같은 크기의 힘으로, 벽이 당신을 밀어낸 것이다. 이걸 작용과 반작용이라고 한다.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원리가 이것이다. 로켓은 뜨거운 가스를 아래로 뿜는다. 가스를 아래로 미는 만큼, 가스가 로켓을 위로 밀어올린다. 로켓 아래에 밟고 서는 "바닥"이 없어도 날 수 있는 이유다.
세 줄이다. 뉴턴은 이 세 줄로 인류가 움직임을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뉴턴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사과가 떨어지는 힘과 달이 지구를 도는 힘이 같은 힘이 아닐까?"
이게 만유인력이다. 우주의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 당신과 옆자리 사람 사이에도 중력이 작용한다. 다만 너무 약해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질량이 클수록, 거리가 가까울수록 이 힘은 세진다.
그런데 여기서 누구나 품는 의문이 있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달은 왜 안 떨어질까?
답은 이렇다. 달도 떨어지고 있다. 다만, 달은 옆으로도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뉴턴 자신이 고안한 사고실험을 써보자.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대포를 놓는다. 대포알을 쏜다. 느리게 쏘면 포물선을 그리며 근처에 떨어진다. 조금 더 빠르게 쏘면 더 멀리 간다.
아주아주 빠르게 쏘면? 대포알이 떨어지긴 하는데,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땅도 같이 휘어진다. 대포알은 떨어지고, 땅은 휘고, 결국 대포알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돌아온다.
달이 바로 그 대포알이다. 지구를 향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옆으로도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지구의 둥근 표면을 따라 계속 빙빙 도는 것이다. 떨어지는데 영원히 땅에 닿지 않는 상태. 이것이 궤도다.
지금 당신의 머리 위 약 2만 킬로미터 상공에는 GPS 위성 30여 개가 떠 있다. 이 위성들도 달과 같은 원리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뉴턴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위성들의 궤도를 계산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당신의 스마트폰 지도에는 "현재 위치"가 표시되지 않았을 것이다.
뉴턴은 빛에도 손을 댔다. 1666년, 그는 방을 어둡게 만들고 커튼 틈으로 햇빛 한 줄기를 들여보냈다. 그 빛을 유리 프리즘에 통과시켰다. 흰 빛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로 쪼개졌다.
당시 사람들은 프리즘이 빛에 "색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턴은 반대라는 걸 증명했다. 쪼개진 무지개 빛을 다시 두 번째 프리즘에 통과시키자, 다시 흰 빛이 됐다. 즉, 흰 빛은 처음부터 모든 색을 품고 있었고, 프리즘은 그걸 분리해냈을 뿐이다.
이 발견은 오늘날 카메라 렌즈, 광섬유 통신, 심지어 무지개를 이해하는 기초가 됐다.
과학에서는 이렇게 빛나는 뉴턴이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처참했다.
뉴턴에게는 적이 많았다. 가장 유명한 라이벌은 로버트 훅이다. 훅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 중 하나였는데, 뉴턴의 광학 이론을 비판했다. 뉴턴은 분노했다. 그리고 30년 동안 잊지 않았다.
훅이 죽은 뒤 뉴턴이 왕립학회 회장이 되었는데, 훅의 초상화가 학회에서 사라졌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절묘하다.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와는 "미적분을 누가 먼저 발명했느냐"로 싸웠다. 역사학자들의 결론은 둘 다 독립적으로 발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턴은 라이프니츠가 자기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왕립학회에 조사위원회를 꾸렸는데, 위원회를 구성한 사람이 뉴턴 자신이었다. 당연히 판정은 뉴턴 승리. 공정한 심판이라고 보기 어렵다.
뉴턴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가까운 친구도 거의 없었다. 연금술에 수천 시간을 쏟아부었고(납을 금으로 바꾸려고), 성경의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려고 수십 년을 보냈다. 괴팍하고, 집요하고, 때로는 잔인했다.
하지만 바로 그 괴팍한 집요함이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문제를 붙잡고 놓지 않게 만들었다. 뉴턴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겸손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 문장은 키가 작았던 로버트 훅을 비꼬는 것이었다는 설도 있다. 뉴턴답다.
오늘 아침을 떠올려 보자.
알람이 울렸다.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진동은 작은 모터가 안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생기는 것인데, 이 움직임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른다. 모터가 한쪽으로 돌면 반대쪽으로 밀어내는 힘이 생기고(제3법칙), 그게 손바닥에 전해진다.
커피를 탔다. 뜨거운 물에 크림을 넣으면 소용돌이치며 퍼진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섞이는 이 현상의 기초를 뉴턴이 닦았다. 그가 정리한 "뉴턴의 냉각 법칙"은 뜨거운 물체가 식는 속도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커피가 식는 속도도 이 공식을 따른다.
차를 타고 출근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멈추지만 몸은 앞으로 쏠린다. 제1법칙, 관성이다. 에어백은 이 관성을 예상하고 설계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켰다. GPS가 당신의 위치를 찾는다. GPS 위성은 뉴턴의 만유인력 공식으로 궤도가 계산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보정도 해야 하지만, 기본 궤도 자체는 뉴턴의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렌즈가 빛을 모아 센서에 상을 맺는다. 빛이 유리를 통과할 때 휘어지는 원리, 즉 굴절의 법칙을 뉴턴이 연구했다. 그가 직접 만든 반사 망원경의 원리가 지금도 천문대에서 쓰이고 있다.
한 사람이 세운 법칙들이 300년이 지난 지금, 당신의 하루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뉴턴은 당신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하루는 뉴턴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뉴턴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해변에서 노는 아이 같았다. 가끔 보통보다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예쁜 조개를 발견하며 즐거워했지만, 진리의 거대한 바다는 내 앞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300년 전, 친구 하나 없이 시골 농장에 틀어박혔던 스물셋의 괴짜. 그가 주운 조약돌 몇 개가 지금 당신의 주머니 속에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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