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크가 노예무역에 투자한 이유 | 자유주의의 모순
존 로크는 자유를 쓰면서 노예회사 주식을 샀다
자유와 평등을 주창한 철학자가, 같은 손으로 노예선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걸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어요.
1672년 무렵, 존 로크는 영국 왕립 아프리카 회사(Royal African Company) 주식 약 600파운드어치를 매입했어요.
왕립 아프리카 회사는 당시 영국 정부가 독점권을 부여한 노예무역 전문 회사예요.
오늘날로 치면 국가 공인 인신매매 기업의 주주가 된 셈이에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1669년, 로크는 캐롤라이나 식민지 헌법(Fundamental Constitutions of Carolina) 초안 작성에 직접 참여했어요.
미국 남부 식민지를 어떻게 통치할지 규정한 문서예요.
그 헌법에 이런 조항이 들어갔어요.
"모든 자유민은 자기 흑인 노예에 대해 절대적 권력을 가진다."
로크가 손수 다듬은 문서에요.
문제는 타이밍이에요.
같은 시기에 로크는 훗날 〈통치론〉의 토대가 될 자연권, 자유, 평등 개념을 책상 위에서 정리하고 있었어요.
같은 책상, 같은 잉크병에서 자유의 철학과 노예제 헌법이 동시에 나온 거예요.
기후변화를 강의하는 교수가 알고 보니 정유회사의 대주주라는 게 밝혀지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에요.
그 교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불편한지 이해가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