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메니데스가 변화는 환상이라 선언한 이유
파르메니데스는 철학을 산문이 아니라 서사시로 썼다
서양 논리학의 출발점이 된 책은 논문이 아니라 한 편의 시였어요.
기원전 5세기,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도시 엘레아 출신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자신의 사상을 〈자연에 관하여(Peri Physeos)〉라는 서사시 한 편으로만 남겼어요.
오늘날로 치면 박사학위 논문을 시 형식으로 제출한 학자예요.
그것도 〈일리아스〉를 쓴 호메로스와 똑같은 6각운,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서사시 특유의 박자로, 약 800행짜리로요.
가장 추상적인 철학 논증을 하필 시인의 언어로 담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범상치 않아요.
안타깝게도 원본 800행 중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건 약 160행뿐이에요.
나머지는 후대 철학자들이 반박하거나 인용하면서 남긴 단편들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파르메니데스의 사상을 온전히 읽는 게 아니라, 퍼즐 조각을 맞추듯 재구성하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