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진사이가 주자학을 평생 부정한 이유
이토 진사이는 교토 거상의 장남이었다
교토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 가문의 장남이, 어느 날 가업을 동생에게 떠넘기고 책상 앞에 앉았어요.
이게 그냥 비유가 아니에요.
1627년 태어난 이토 진사이는 실제로 교토 최대 포목상 집안 츠루야(鶴屋)의 장남이었어요.
당시 교토는 일본 최대의 상업 도시였어요.
거상 집안의 장남이라는 건 오늘날로 치면, 부모가 수십 년에 걸쳐 키운 사업체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진사이는 11살에 주자학을 처음 접하고 나서, 그 운명의 길을 거부했어요.
주자학이 뭔지 먼저 알아야 해요.
13세기 중국 학자 주희가 체계화한 유학으로, "우주의 법칙과 인간의 도덕은 사실 하나다"라는 거대한 철학 체계예요.
스마트폰 공장 출고 설정처럼, 태어날 때부터 도덕이 인간에게 설치돼 있다고 보는 사상이에요.
이 사상에 완전히 사로잡힌 진사이는 "나는 책을 읽겠다"는 말 한마디로 가업을 동생들에게 넘겼어요.
교토의 거상 집안에서 장남이 가업을 거절하는 건 가문 자체를 등지는 선언이나 다름없었어요.
그래도 그는 책상 앞에 앉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