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마키르티가 자기 책을 개에 묶은 날
다르마키르티는 자기 원고를 개 꼬리에 묶고 거리를 걸었다
7세기 인도의 어느 길거리에서 학자 한 명이 자기 평생의 원고를 개 꼬리에 묶고 끌고 가며 웃고 있었어요.
그 원고는 프라마나바르티카, 우리말로 하면 "인식을 비평한다"는 뜻의 책이에요.
티베트에서 전해 내려오는 기록에 따르면, 다르마키르티는 이 야자수 잎 묶음을 들판의 개 꼬리에 직접 묶어서 먼지 가득한 거리를 걸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박사논문 100쪽을 출력해서 청소차 뒤에 끌고 다니는 것과 같은 장면이에요.
그런데 이 행동은 분노가 아니라 자조였어요.
적들이 자기 책을 다루는 방식이 개가 원고를 끄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거였거든요.
인도 인식론 역사에서 가장 정교한 논리 체계를 만든 사람이 자기 손으로 그 원고를 모욕한 거예요.
그 아이러니가 이 사람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