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도 왕도 거절한 남자, 조선 철학자 서경덕의 역설
황진이가 비에 젖은 채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황진이는 당대 고승 지족선사의 10년 수행을 하룻밤 만에 무너뜨린 뒤, 송도의 한 초가집을 찾아갔어요.
그녀가 시험할 마지막 상대가 서경덕이었거든요.
비가 퍼붓는 밤이었어요.
황진이는 흠뻑 젖은 채 문을 두드렸고, 옷을 말리겠다며 방 안으로 들어왔어요.
지족선사를 쓰러뜨린 바로 그 수법이었어요.
서경덕은 그냥 잠들었어요.
야담집 『어우야담』에 전하는 이야기예요.
황진이가 가까이 다가와도 그는 태연히 자기 자리에서 눈을 감았고, 황진이는 결국 손을 거뒀어요.
회식 자리에서 다들 흐트러지는데 혼자만 담담한 사람 있잖아요.
그 앞에선 오히려 장난치는 쪽이 민망해지는 분위기가 되죠.
당대 최고의 유혹이 유일하게 실패한 상대가, 벼슬도 재산도 없는 초가집 선비였다는 것. 그게 이 이야기가 수백 년째 전해지는 이유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