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 시골 선비 기정진, 퇴계·율곡을 정면 반박하다
여섯 살에 천연두로 한쪽 눈을 잃은 아이가 18세에 장원을 했다
조선에서 학자가 된다는 건 가문, 스승, 서울 세 가지가 필요했어요.
기정진에게는 셋 다 없었어요.
심지어 한쪽 눈도 없었어요.
1798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기정진은 여섯 살 때 천연두를 앓았어요.
그 뒤 왼쪽 눈을 영영 잃었어요.
하지만 조선의 학문 세계에서 이것보다 더 치명적인 결함이 따로 있었어요.
조선의 학문은 철저한 연줄 게임이었어요.
안동이나 서울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이름난 스승 밑에서 배워야 주류 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전라도 시골의 독학자에게 그 문은 처음부터 닫혀 있었어요.
그런데 기정진은 정식 스승 없이 혼자 책을 읽었어요.
그 끝에 1831년 향시에서 장원을 했어요.
향시는 지방에서 치르는 예비 과거 시험인데, 장원이 수석 합격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입시학원 한 번 안 다닌 시골 학생이 수능 전국 수석을 한 격이에요.
1835년에는 사마시(성균관 입학 자격을 주는 소과 시험)에서 또 장원을 했어요.
전라도 시골, 외눈, 독학, 무명 가문을 안고 조선 최고 시험 두 개를 연속으로 1등 한 사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