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기다렸다면: 발터 벤야민의 마지막 19년
발터 벤야민의 마지막 19년 거절당한 박사, 잃어버린 가방, 그리고 포르부의 밤
포르부 호텔 48호실, 빈 모르핀 병이 남았다
하루만 더 기다렸다면, 발터 벤야민은 살아서 뉴욕에 닿았을 거예요.
1940년 9월 26일, 벤야민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포르부에 도착해요.
포르부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에 있는 작은 어촌으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유대인 난민들이 이 험한 산길을 많이 지나던 곳이에요.
그런데 그날 스페인 국경 수비대가 선언해요.
"통과 비자 없는 난민은 프랑스로 돌려보낸다."
프랑스로 돌아가면 나치에게 넘겨지는 것과 다름없었어요.
그날 밤, 벤야민은 호텔 '프란시아'의 방에서 모르핀을 과다복용했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국경이 다시 열렸어요.
함께 피레네를 넘었던 동행자 전원이 아무 문제 없이 리스본으로 빠져나갔어요.
공항 게이트에서 탑승 거부를 당했는데 내일 아침이면 규정이 바뀔 줄 모르고 포기해버린 상황이에요.
역사는 종종 이런 식으로 잔인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