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자 한 명이 노르망디 상륙 날짜를 결정했다
흑해에서 배 38척이 침몰한 날
배 38척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그 재앙에서, 현대 기상학이 태어났어요.
1854년 11월, 크림 전쟁 중이던 영국·프랑스 연합 함대가 흑해에서 폭풍을 만났어요.
전투가 아니라, 날씨가 배 38척을 삼켜버린 거예요.
크림 전쟁은 당시 러시아와 서유럽 연합국이 흑해 연안에서 벌인 전쟁이에요.
겨울 보급선이 한꺼번에 가라앉으면서 식량, 의약품, 방한복이 전부 사라졌어요.
전장에서 싸우다 죽은 병사보다 굶주림과 추위로 죽은 병사가 더 많았을 정도였죠.
그런데 프랑스 천문학자 위르뱅 르베리에가 이 재앙을 조용히 되짚어봤어요.
유럽 각지의 기상 기록을 모아 추적해봤더니, 그 폭풍이 스페인에서 시작해 지중해를 가로질러 흑해까지 이동해온 게 보였어요.
미리 알 수 있었는데 몰랐던 거예요.
르베리에는 나폴레옹 3세에게 건의했어요.
유럽 전역에 관측소를 세우고, 막 깔리기 시작한 전보망으로 정보를 공유하면 폭풍이 오기 전에 경보를 낼 수 있다고요.
1년 후, 파리에 세계 최초의 기상 예보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배 38척의 침몰이 없었다면, 날씨 예보는 수십 년은 더 늦게 세상에 나왔을지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