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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5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한 가지 안건이 올라왔어요. 미국의 전 대통령 해리 트루먼에게 명예학위를 주자는 거였죠. 명예학위는 시험을 봐서 따는 졸업장이 아니에요. "당신은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학교가 건네는 큰 상장에 가까워요. 학교 입장에선 자기 이름을 걸고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이니, 아무에게나 주지 않아요. 교수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였어요. 큰 전쟁을 끝낸 대통령이니 당연하다는 거였죠. 그런데 한 사람이 조용히 손을 들고 반대했어요. 엘리자베스 앤스컴이라는 철학자였어요.

앤스컴은 1919년에 태어난 영국 철학자예요. 그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의 제자였고, 스승이 남긴 글을 영어로 옮긴 사람이기도 해요. 쉽게 말해 철학 동네에서 아무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였던 거예요. 게다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 옳고 그름에 대해 유행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단단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사람이 왜 전직 대통령에게 상을 주는 일에 굳이 혼자 반대했을까요.
이유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1945년, 트루먼은 일본의 두 도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라고 명령했어요. 그 폭탄 두 발로 그해 안에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부분 군인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었어요. 학교에 가던 아이도, 시장에 가던 노인도 있었죠. 트루먼은 "이렇게 해야 전쟁이 빨리 끝나고, 결국 더 많은 사람을 살린다"고 했어요. 많은 사람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앤스컴은 거기서 멈춰 서서 물었어요.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죄 없는 사람을 일부러 죽여도 괜찮은가요?"

여기서 앤스컴이 본 핵심이 나와요. 똑같이 사람이 죽어도, 그 안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소방관이 불난 건물에 뛰어들었는데, 안타깝게도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이 생겼어요. 정말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그 소방관을 살인자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는 누구도 해치려 한 게 아니니까요. 반대로, 누군가 자기 목표를 이루려고 죄 없는 사람을 콕 골라 해쳤다면, 결과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그건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려요. 앤스컴이 보기에 히로시마는 뒤쪽이었어요. 시민이 죽는 걸 어쩔 수 없이 감수한 게 아니라, 바로 그 도시 사람들을 겨냥해 떨어뜨린 폭탄이었으니까요. 적을 항복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시민을 골랐다는 점이 그에게는 결정적이었어요.

앤스컴은 이런 생각에 이름까지 붙였어요. 결과만 보고 옳고 그름을 정하는 태도를 '결과주의'라고 불렀죠. 이 말은 지금도 윤리 수업에서 흔히 쓰는 단어인데, 사실 앤스컴이 처음 만든 말이에요. 그는 결과주의를 경계했어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면, 더 큰 행복을 핑계로 어떤 끔찍한 일도 해도 된다는 결론에 닿게 되거든요. 한 사람을 희생시켜 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그래도 될까요? 그 한 사람이 만약 당신이라면요? 앤스컴은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죄 없는 사람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죽이는 일이, 바로 그 넘으면 안 되는 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앤스컴의 반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투표에서 그는 졌고, 트루먼은 명예학위를 받았어요. 대신 앤스컴은 '트루먼 씨의 학위'라는 짧은 글을 써서 자기 생각을 또렷이 남겼어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반대가 그의 철학과 한 몸이라는 점이에요. 앤스컴은 '의도'라는 주제를 평생 파고든 사람이에요. 똑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일이 된다는 것, 그게 그의 철학의 한가운데였어요. 트루먼 사건은 바로 그 생각을 책상 밖 현실에서 꺼내 보인 장면이었던 거죠. 그가 1957년에 쓴 책 '의도'는 지금도 사람의 행동을 다루는 철학의 출발점으로 읽혀요.

앤스컴은 모두가 박수칠 때 혼자 손을 든 철학자예요. 그가 던진 질문은 뜻밖에 단순했어요. 좋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죄 없는 사람을 일부러 해쳐도 되는가. 그는 안 된다고 답했고, 그 답을 전직 대통령 앞에서도 굽히지 않았어요. 어떤 일을 판단할 때 결과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이 무엇을 의도했는지를 함께 보라는 것. 져 보이던 그의 반대표 하나가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그 질문이 시대가 바뀌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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