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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리처드 도킨스는 무신론자가 '되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신을 부정한 게 아니라, 찬송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뒤에야 신을 버렸어요.
그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 성공회 가정에서 자랐어요.
성공회는 영국 국교회로, 우리나라로 치면 명절 차례를 빠지는 게 상상도 안 되는 집안 분위기라고 보면 돼요.
기숙학교에선 매일 채플에 출석해 찬송가를 불렀는데, 훗날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예배의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그런데 십 대 시절,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만나면서 모든 게 흔들렸어요.
자연선택이란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다음 세대에 그 특성을 물려주는 과정이에요.
어릴 때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아, 이건 아닌데'라고 느껴지는 순간, 도킨스에게 그 순간은 다윈의 책이었어요.
결국 그가 무서운 건, 종교를 몰라서 비판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예배의 감동을 직접 느껴본 사람이, 그럼에도 "그게 진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거니까요.

제목 하나가 생물학의 판을 뒤집었어요.
그리고 그 제목 때문에 저자는 평생 해명에 시달렸어요.
1976년,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했어요.
핵심 주장은 이거예요: 진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
생물은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위해 만들어낸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우리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위해 존재하는 앱 같은 존재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어요.
사람들이 "유전자가 욕망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오해하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은 비유예요.
유전자가 마치 이기적인 것처럼 작동한다는 뜻이지, 진짜로 욕심을 부린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최고의 제목이 최악의 오독을 낳은 셈이죠.
그래서 수십 년간 도킨스는 강연장마다 이 해명을 반복해야 했어요.
회사에서 기막힌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는데 사람들이 제목만 읽고 정반대로 이해하는 상황, 딱 그 꼴이에요.
이 책은 학계를 넘어 대중 과학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오해와 함께요.

오늘 단톡방에서 공유한 그 짤, 그 개념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예요.
밈(meme)이라는 단어는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 마지막 장에서 직접 만든 신조어예요.
유전자(gene)가 생물학적 정보를 복제하고 전파하듯, 문화적 정보도 사람에서 사람으로 모방을 통해 퍼진다는 개념이었어요.
그리스어 'mimeme(모방)'에서 따온 말이에요.
도킨스가 처음 상상한 밈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선율, 유행어, 건축 양식.
그런데 지금 밈은요? 고양이 짤, 틱톡 챌린지, 리액션 움짤.
학술 개념이 자기 이론대로 변이하고 진화해서 원래 의미를 완전히 벗어난 거예요.
그야말로 '밈의 밈화'가 일어난 셈이죠.
내가 만든 별명이 반 전체에 퍼졌는데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상황, 딱 그 느낌이에요.
한 가지는 확실해요.
도킨스의 이론이 옳았다는 거요.
문화적 정보는 정말로 복제되고, 변이하고, 원래 창조자의 의도를 넘어서 살아남아요.

리처드 도킨스에게 "당신은 무신론의 전도사"라고 말하면, 그는 '전도사'라는 단어부터 정정할 거예요.
그런데 바로 그 모습이 전도사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예요.
2006년,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을 출간했어요.
신이 망상이라고 직접 주장하는 책인데, 300만 부 이상 팔렸어요.
이 책을 기점으로 '신무신론(New Atheism)' 운동이 등장했어요.
신무신론이란, 신이 없다는 생각을 조용히 개인적으로 간직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적극 전파하자는 흐름이에요.
도킨스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옥스퍼드대학교 '대중의 과학 이해를 위한 석좌교수'직을 맡으며 전 세계 강연장을 누볐어요.
쉽게 말해, 과학을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게 공식 직업이었던 셈이에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비판이 나와요.
과학적 회의주의를 퍼뜨리는 데 평생을 바쳤는데, 그 방식 자체가 '신앙 전도'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동료 과학자들조차 말했어요. "당신이 옳을 수 있지만, 방법이 틀렸다."
회의에서 옳은 말을 했는데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라 오히려 반감만 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잖아요.
도킨스는 그 경험을 인류 전체 규모로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찬송가를 부르던 소년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가 된 뒤에도, 그가 정말로 신앙을 버렸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믿기 시작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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