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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44년, 영국 왕립학회는 대학을 한 번도 다닌 적 없는 스물아홉 살 시골 교사에게 최고 영예의 메달을 수여했다.
이력서에 '학력' 칸을 비워둔 채 면접장에 들어갔는데, 면접관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조지 불은 1815년, 영국 링컨의 구두장이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자 열여섯 살 불은 학교를 그만두고 교사가 되어 가족을 먹여 살렸다.
대학은 선택지조차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빌려온 책으로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혼자 익혔다.
학자들이 쓴 언어를 직접 읽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쓴 수학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기 시작했고, 결국 학위를 가진 교수들이 평생 못 받는 왕립학회 메달을 먼저 받아들었다.

세상의 모든 '예/아니오'를 수식 하나로 쓸 수 있다고 말한 남자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웃었다.
1854년, 불은 『사고의 법칙 탐구』를 출간했다.
인간의 논리적 사고를 수학 공식으로 표현하려 한 책이었다.
핵심은 단순했다. 모든 판단은 1(참)과 0(거짓), 그리고 AND·OR·NOT 세 가지 연산으로 쪼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스마트폰 검색창에 "서울 AND 맛집 NOT 프랜차이즈"라고 치는 바로 그 구조가 불이 170년 전에 만든 문법이다.
하지만 동시대 학자들은 이것을 기이한 지적 유희로 봤다.
"쓸모없는 수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불 자신도 이것이 100년 뒤 기계를 작동시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생각의 구조를 정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불이 죽고 80년이 지나서야, 한 스물두 살 대학원생이 먼지 덮인 책을 펼쳤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
1937년, MIT 석사과정 학생 클로드 섀넌은 논문 한 편을 썼다.
섀넌은 훗날 '정보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발견한 것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전기 스위치의 켜짐(1)과 꺼짐(0)이 불의 참/거짓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방 안의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그 단순한 행위가 컴퓨터가 '생각'하는 방식의 전부다.
불이 '순수한 사고 실험'이라고 여겼던 것이, 전기라는 물리적 매체를 만나 역사상 가장 실용적인 기술이 되었다.
아이러니한 건 불 자신의 시대에는 전기 스위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섀넌의 논문 한 편이 디지털 시대의 설계도가 됐다.
지금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서 매 순간 수십억 번 켜지고 꺼지는 회로들은 전부 불의 문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논리학의 아버지는 논리의 정반대에 의해 죽었다.
1864년 12월, 불은 폭우 속에 퀸스 칼리지까지 걸어가 강의를 마쳤다.
퀸스 칼리지는 아일랜드 코크에 있던 학교로, 오늘날의 코크대학교다.
흠뻑 젖은 채 집에 돌아온 불은 폐렴에 걸렸다.
그런데 아내 메리 에버레스트 불이 꺼낸 치료법이 문제였다.
메리는 에베레스트산에 이름을 남긴 측량사 조지 에버레스트의 조카로, 동종요법을 굳게 믿고 있었다.
동종요법이란 "같은 것이 같은 것을 치료한다"는 원리인데, 쉽게 말하면 비에 젖어 아픈 사람에게 비슷한 자극을 줘서 낫게 한다는 발상이다.
메리는 양동이로 찬물을 퍼서 병든 남편의 몸에 쏟아부었다.
불이 평생 세운 논리 체계로 이 명제를 검증하면 결과는 0, 즉 거짓이다.
하지만 불에게는 그것을 반박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49세에 세상을 떠났다.
인간의 사고를 가장 엄밀하게 정리한 사람이, 가장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내는 그를 죽인 것이 아니라 살리려 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악인 없는 비극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원리는 그 남자가 홀로 빌린 책들 사이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전기 스위치가 자신의 수식과 같다는 사실을 직접 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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