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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선호를 모아 하나의 순위로 만들 때, 누구나 공정하다고 여길 몇 가지 상식적 조건을 동시에 다 지키는 투표 방식은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어요. 결국 한 사람 뜻만 따르는 '독재'가 아니고서는 완벽한 규칙을 짤 수 없다는 뜻이에요.
친구 셋이 점심으로 떡볶이, 피자, 김밥 중 하나를 고른다고 해봐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순서가 다르죠.
이 세 사람의 마음을 모아서 다 함께 1순위, 2순위, 3순위를 정하고 싶어요.
그런데 케네스 애로라는 학자는 1951년에 이걸 수학으로 파고들다가 놀라운 사실을 증명했어요.
누구나 '이 정도는 지켜야 공정하지'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조건을 전부 만족시키는 투표 방식은 아예 만들 수 없다는 거예요.
이게 바로 일반 불가능성 정리(General Impossibility Theorem)예요.
여기서 '불가능'은 '아직 못 찾았다'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절대 없다'는 뜻이에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완벽하게 공정한 규칙은 나올 수 없어요.
단, 한 사람의 뜻만 그대로 따르는 독재적인 방식은 예외인데, 그건 애초에 공정한 투표가 아니죠.
애로가 말한 '공정한 규칙이 지켜야 할 조건'을 쉽게 풀면 이래요.
| 조건 | 쉬운 뜻 |
|---|---|
| 비독재성 | 한 사람이 결과를 독차지하면 안 돼요 |
| 만장일치 존중 | 모두가 A를 B보다 좋아하면 결과도 그래야 해요 |
|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자유 | 김밥이 끼어든다고 떡볶이와 피자의 순위가 뒤바뀌면 안 돼요 |
| 순위의 일관성 | A가 B보다, B가 C보다 위면 A는 C보다 위여야 해요 |
하나하나 보면 다 당연한 요구예요.
그런데 애로는 이 조건들을 전부 동시에 지키려 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모순이 터진다는 걸 증명했어요.
마치 이불이 짧아서 어깨를 덮으면 발이 나오고, 발을 덮으면 어깨가 나오는 것처럼요.
하나를 지키면 다른 하나가 깨져요.
애로 자신은 이렇게 적었어요.
"If we exclude the possibility of interpersonal comparisons of utility, then the only methods... are either imposed or dictatorial."
사람들 사이의 만족을 직접 비교하지 못하게 막으면, 남는 건 억지로 강요된 방식이거나 독재적인 방식뿐이라는 말이에요.
이 정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알려진 '콩도르세 역설'을 넓힌 거예요.
콩도르세 역설은 이런 상황이에요.
셋이서 투표했더니 다수가 떡볶이를 피자보다, 피자를 김밥보다, 그런데 김밥을 다시 떡볶이보다 좋아하는 이상한 고리가 생겨요.
순위가 뱅글뱅글 돌아서 1등을 정할 수 없죠.
애로는 이 작은 수수께끼가 사실은 모든 투표 방식에 숨어 있는 근본 문제라는 걸 밝혔어요.
그래서 이 발견은 투표 이론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무엇이 좋은가'를 따지는 후생경제학, '무엇이 정의로운가'를 묻는 정의론에까지 영향을 줬어요.
훗날 아마르티아 센은 애로의 논리 틀을 이어받아 개인의 최소한의 자유마저 사회 전체의 선택과 부딪친다는 '자유주의자의 역설'을 정리했어요.
케네스 조지프 애로는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나 2017년 95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경제학자예요.
대공황 속에서 자랐고 뉴욕시립대에서 수학을 공부한 뒤 경제학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 불가능성 정리는 원래 1951년 박사 논문에서 나온 것으로, 책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로 발전했어요.
1972년 그는 51세의 나이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요.
놀랍게도 그의 제자 중 네 명도 나중에 노벨상을 받았죠.
그는 시장의 균형을 엄밀하게 증명한 애로-드브뢰 모형이나 의료 시장의 정보 불균형 연구처럼 여러 분야로 연구를 넓혔어요.
이 정리가 '그러니 투표는 소용없다'는 뜻일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완벽한 규칙이 없다는 걸 알면, 우리는 어떤 방식이든 장점과 흠을 함께 지닌다는 걸 인정하게 돼요.
반 회장 선거든 나라의 선거든, '이 방식이 유일한 정답'이라 우기기보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지 함께 고르는 일이 남는 거죠.
애로 불가능성 정리는 누구나 공정하다고 여길 상식적 조건들을 다 지키는 투표 방식은 독재가 아니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수학으로 증명한 이론이에요.
짧은 이불처럼 한쪽을 덮으면 다른 쪽이 드러나요.
애로는 이 발견으로 오래된 콩도르세 역설을 넓혔고, 완벽한 규칙을 찾는 대신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길지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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