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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콩도르세는 1790년,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지닌 사람이니 여성을 투표와 법 만들기에서 빼놓는 것은 혁명이 내세운 '권리 평등'의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일이라고 주장했어요.
콩도르세는 1743년에 태어나 1794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계몽시대의 수학자예요.
열여섯 살에 수학 재능을 인정받아 왕립과학아카데미에 뽑힐 만큼 뛰어난 학자였죠.
그런 그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외치는 걸 보고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짚었어요.
'모든 사람'이라면서 왜 여성은 빠져 있을까?
그래서 1790년, 「여성의 시민권 인정에 관하여」(Sur l'admission des femmes au droit de cité)라는 짧은 글을 써서 여성에게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 시대에는 거의 아무도 하지 않던 말이었어요.
참정권은 쉽게 말해 '정치에 참여할 권리'예요.
내가 뽑고 싶은 사람에게 투표하고, 우리 모두가 지킬 법을 만드는 자리에 낄 수 있는 권리죠.
그런데 당시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투표도, 법을 만드는 일에도 전혀 낄 수 없었어요.
반 전체가 지킬 규칙을 정하는데 절반 친구들은 손도 못 들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규칙은 모두에게 적용되는데 정하는 자리에는 절반이 빠져 있다면, 그건 공평하지 않죠.
콩도르세가 본 게 바로 이 모순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물었어요.
« Tous n'ont-ils pas violé le principe de l'égalité des droits en privant tranquillement la moitié du genre humain de celui de concourir à la formation des lois, en excluant les femmes du droit de cité ? » — 남성들은 인류의 절반을 법 제정에 참여할 권리에서 태연히 배제하고 여성을 시민권에서 제외함으로써, 권리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핵심은 간단해요.
'권리 평등'을 진짜로 믿는다면, 절반을 빼놓는 순간 그 원칙은 이미 깨진다는 거예요.
당시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랬어요.
"여성은 남성만큼 이성적이지 못하니 정치를 맡길 수 없다."
콩도르세는 이 주장의 뿌리를 파고들었어요.
여성이 정말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애초에 배울 기회를 안 줬을 뿐이라는 거예요.
« Ce n'est pas la nature, c'est l'éducation, c'est l'existence sociale qui cause cette différence. » — 이 차이를 낳는 것은 본성이 아니라 교육이며, 사회적 존재 조건이다.
운동을 한 번도 시키지 않은 사람에게 "넌 원래 약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해요.
약한 진짜 이유는 몸이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죠.
여성이 배우지 못하게 막아놓고 "배움이 부족하니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아요.
실제로 그의 아내 소피 드 그루시는 살롱을 이끌며 토머스 페인과 애덤 스미스의 책을 프랑스어로 옮긴 번역가였어요.
기회만 주어지면 여성의 지성도 얼마든지 발휘된다는 걸 곁에서 보고 있었던 셈이죠.
콩도르세는 말만 한 게 아니라 실제 정치에도 깊이 들어갔어요.
1792년 국민공회에 뽑혀 헌법 초안을 쓰는 위원회에서 지롱드파 헌법 초안의 주 저자가 됐죠.
하지만 그가 쓴 초안에도 여성의 참정권은 담기지 못했고, 이 초안 자체도 표결에 부쳐지지 못한 채 다른 헌법으로 대체됐어요.
왜 자기가 그렇게 주장한 권리를 정작 법에 못 넣었을까요.
여기에는 학자들의 해석이 갈려요.
| 해석 | 내용 |
|---|---|
| 신념이 약했다는 견해 | 콩도르세의 여성 참정권 지지가 생각만큼 확고하지 않았다고 본다 |
| 정치 여건 탓이라는 견해 | 당시의 정치 상황과, 여성 권리에 무관심했던 의사결정자들 탓이라고 본다 |
어느 쪽이든 분명한 건, 그의 주장이 시대를 한참 앞서 있었다는 점이에요.
프랑스에서 여성이 실제로 투표하게 된 건 그로부터 150년도 더 지난 뒤였으니까요.
콩도르세의 여성 참정권 옹호는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모두의 평등'을 말하면서 여성을 정치에서 빼놓으면, 그 평등은 이미 거짓이 된다는 거죠.
그는 여성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울 기회를 뺏겨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짚었고, 그래서 참정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비록 그 주장을 자기 손으로 법에 담지는 못했지만, 절반을 빼놓은 평등은 평등이 아니라는 그의 물음은 지금도 유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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